11. 시험관 끝나자 갱년기
만 44세에 맞이한 완경
서른 후반부터 생리 주기는 24일로 빨라져 어릴 적 28일 주기가 24일로 고정되었다.
그러다가 시험관을 하면서 열흘 만에 하기도 하고
석 달이 지나도 없기도 하면서 들쑥날쑥했다.
시험관 할 때는 약을 처방받아가며 이 주기를 조절했는데,
시험관이 끝나자마자 기미가 없다.
5년 동안의 시험관 시술 동안 생리 주기가 뒤죽박죽 했기에
당연히 시험관의 영향이겠거니 하면서 걱정 없이 그러려니 했다.
또 30년 가까이 한 생리가 없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으니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워낙에 생리통도 심하고 주기가 24일이다 보니 생리 전 증후군을 포함하면
한 달에 컨디션이 좋은 날이 며칠 안 되기에 그런 괴로움에서 벗어난 게 어찌 좋지 않겠는가?
생리가 시작되면 두통, 허리통증, 발 저림 등 하루종일 괴롭히던 통증들이 사라졌고,
푹푹 찌던 여름 장맛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 불쾌하고 찝찝한 생리대를 하지 않아
몸이 날아갈 듯 가벼운 날들의 연속이었으니 생리가 없어도 걱정은 1도 없었다.
그래도 생리는 여성 건강의 척도에다, 나이도 나이며,
시험관 이력도 있는 몸이니 언젠가는 검사를 받아야 했다.
나는 이런 속박에서 벗어난 행복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1년 정도는 이대로 있다가
다음 해 국가에서 하는 건강검진 때 상담도 받고 자세한 검진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생리가 끊긴 지 약 10개월 후 병원을 찾으니,
시험관 이력도 있으니 시험관 시술했던 병원을 가서 자세히 알아보란다.
결국 다시 시술을 했던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랑 피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들으러 가니,
의사 왈 "폐경이 맞네요."
아... 뭐 그렇게 기분이 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무슨 폐경 이행기도 없이 갑자기 끊겼다고?
생각해 봤더니 시험관 시술 중 일정치 않았던 내 생리 주기...
그때 난 이미 폐경 이행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42~46세였고, 또 평균보다 난소 노화가 빠른 상태였으니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딱히 그렇게 갱년기 증상이 심하지 않다.
오히려 난 생리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더 이상 안 하게 되니 그게 더 좋을 뿐이다.
즉, 갱년기 증상보다는 생리통이 나에겐 더 큰 고통이었던 것.
누구는 생리가 일찍 끊길까 봐 그렇게 걱정하던데.. 난 왜 괜찮지?
아마 일반적으로 두려워하는 갱년기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인가 보다.
아무 증상이 없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갑자기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면서 체온 조절 능력이 좀 떨어지고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간다는 것(이건 좀 불편하긴 하다)
또 수면의 질이 예전보다는 못하다.(그래도 생리통으로 불편해서 느꼈던 안 좋은 컨디션보다는 훨씬 낫다)
이 정도 불편함이지
여느 갱년기 증상처럼 온몸이 화끈거리고 땀이 난다던가,
누구한테 맞은 듯 온몸이 아프다거나 그런 증상은 없다.
그래서 다행이다.
남들보다 내 생식기능은 빨리 노화되었지만,
또 모든 게 나쁜 면만은 없듯이, 노화로 인해 겪는 부정적 영향은 적으니 말이다.
또 1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생리 때마다 겪던 고통과 불편함 없이 매일의 컨디션이 좋으니 뭐
갱년기/완경이 왔다고 안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나에게는 더 좋은 컨디션으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이러니 시험관 끝나자마자 완경이라는 씁쓸함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육체적 상쾌함과 편안함에 더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는 설렘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