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굿바이 첫사랑
타이밍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히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빴던 것은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
인생은 초콜릿상자와 같다. 열어보기 전엔 무엇을 잡을지 알 수가 없다. 쓰디쓴 초콜렛을 집어 든대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후회할 것도, 질질 짤 것도, 가슴 아플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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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게 타이밍이라는 건가. 서른맞이 불안감으로 한 소개팅 후 인생은 혼자 살아야 제 맛이라고 되뇌이며 헛헛하게 집에 돌아와 본 첫 장면이. 첫 내레이션이. 부족한 간절함과 덮어둔 용기로 모른채 눈감았던 티이밍들이 얼마나 될까. 이젠 정작 중요한 순간에 꺼내어 놓지 못할까봐 두렵다. 질질 짤 것도 없다는데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올해 내 모토은 직진하는 삶.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정환이의 고백이 이해가 되는 걸까. 문 여는 소리에 택이일까 싶어 고개를 돌리는 덕선이에게 진심을 장난처럼 얼버무리곤 치고 빠지네.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악 스트라이크! 하지만 우리는 또 배운 것이 있지않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
고백씬을 보며 생각 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로 짧게 마무리 해 본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중략)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