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쇼코의 미소
이번까지 읽으면 세번째 읽는 책이 바로 ‘쇼코의 미소’다. 아픔이 길이되려면의 작가 김승섭 교수는 이 책의 광팬인데, 최은영 작가가 보이는 ‘선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좋단다. 아, 가장 동의하는 해석이다.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매워지는 느낌이지만, 어떤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을 하게 하는지 그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책 속 관계의 대부분은 서로가 서로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채 두루뭉술하게 종료된다. 마음에 대한 상세한 표현이 없어 엇갈린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서로 존재가 마음에는 있지만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관계는 참 슬프다. 위태롭고 외로운 답답한 관계랄까? 하지만 또 바꿔서 칼로 무 자르듯 딱 부러지게 정의되는 관계라는게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것 역시 답이 없기도 하다. 어쩌면 관계라는 것은 이 책처럼 모호한 것은 아닐지.
"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
할머니는 어린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고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 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p.164)
이타심과 이기심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와 <먼 곳에서 온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추측컨데 ‘이타심인줄 알았던 나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가 아닐까. 누가 이런 이기심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의 아픔보다 앞 선 범인류적 모성애를 모든 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 자신을 엄청난 휴머니스트라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p.107)
세번째로 마지막장을 덮으며,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어느 관계이든 외로움을 느끼는 주인공들이기에. 언제나 내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 궁금하게 하는 이 책, 이번에는 더 큰 이해로 꼭 미소를 짓고 싶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