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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Oct 17. 2018

전화

October 2018


시즌이 시즌인지라, 9시 2분부터 17시 48분까지 1시간에 대여섯통씩 문의 전화를 하고 받느라 10월도 열흘이 넘게 지나간지도 몰랐다. 수화기를 대고 있느라 왼쪽 귓바퀴는 접혀 있는거 같고(원래 말려있지만), 벨이 울리기만 하면 내 책상에서 울리는 줄 알고 다 땡겨 받다가 부장님 전화도 땡겼다. 헤헤 증믈 즌흐 즘 즈블 흐즈므르그.


그런데 이 와중에 아차싶은 걸, 정말 몰라도 될 걸 느끼고야 말았다. 누군지도 모를 아무런 누군가에게 꼭 위로가 아니더라고 시시껄렁하게 통화하고 싶은 계절이 왔다는. 그제 밤에 그랬을 땐 아 내가 오랜만에 야근해서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인가 싶었는데, 어젯 밤도 같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올해 가을도 아무렇게나 보내긴 틀렸다 싶다. (그러니까 이건 정말 전화벨 안 울릴 때 일하려고 한 자발적인 그런 어떤 것이니 근로기준법어쩌고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아뿔싸. 하루종일 그렇게 전화 좀 하지 말라고 중얼거리더니, 퇴근할 땐 전화하고 싶대. 알싸한 헛헛함 같은 것들이 해질무렵부터 몰려오는게 심상치 않다. 흠 예상보다 더 민감하고 민첩하게 가을에 놀아나고 있군. 아무렴 서울 하늘에 실외기 틀어 놨던 여름부터 눈물겹게 기다린 나의 가을에 더 당당히 놀아나주겠다!! 가을 타는게 원데이 투데이고 아니고 이젠 실소가 피식 나오는 걸 보니 서른 한 번째 가을은 아주 제대로 피곤에 쩔어서 쫄깃해 질 때까지 일하더라도 제대로 누릴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일꾼은 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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