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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Sep 29. 2020

나의 아저씨

September 2020


나의 아저씨를 봤다.


방영할 당시에는 드라마가 너무 어둡고(말그대로 채도상), 이지은의 연기가 내가 아는 아이유와 540도 정도 차이가 나 어색하기도 하고, 슬쩍 들었던 내용도 역시나 우울한 관계로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이 왔고, 코로나도 다시 왔고, 넷플릭스로 몰아보기가 가능한 시기가 딱 왔으므로 토요일 저녁에 성성한 눈발이 날리는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 그리고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눈이 퉁퉁부은 내가 있었다. 3.3


왁자지껄한 후계커뮤니티, 살벌을 베이스로 하고 인간미 고명이 올려진 사무실, 어느 쪽이든 손발이 맞는 친구, 이해는 1도 되진 않지만 그래도 벌린 일을 수습하려는 집사람. 보다보니 알았다. 우울해서 피한게 아니라 그냥 현실이라 본능적으로 피한거라는 걸.



사회적 사다리고 나발이고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건, 역시나 타인이 보내주는 신뢰와 믿음, 대수롭지 않은 한마디다. 나조차도 나를 못 믿는 와중에,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한마디에 마음 녹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그 사람의 행복을 빌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진짜, 어른다운 어른되기. 이 8음절로 영원히 자가검열을 하고, 때론 어른스럽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해 울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절실한 나이 잘 먹기.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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