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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된 이유식큐브 보관용기를 버렸다

고마웠다 잘 가

만 5년, 대학 졸업 직후부터 결혼 직전까지 주방 가전을 만드는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마케팅부서로 입사해 영업부, 개발부를 거 마지막에 서울발령 얘기가 나왔고 결혼을 핑계로 퇴사했다. 그 회사에서 맡았던 마지막 업무가 이유식 레시피 개발이었다. '이걸 내가 왜?...' 싶었지만 덕분에 결혼 전 이유식 만들기를 마스터하고 왔다.



만들기 좋은 이유식, 먹기 좋은 이유식

레시피 개발 때문에 이유식 책도 여러 권 읽었고 시중에 판매되던 이유식 제조기도 종류별로 사용해 보았다. 책마다 재료량, 조리순서, 조리법 등이 다 달랐다. 이유식제조기도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레시피 개발이 참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우여곡절 끝에 레시피 개발이 끝났다. 그렇게 완성된 레시피는 '보기 좋은 떡'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모유수유 덕분에 영유아기를 남들보다 미니멀하게 보냈다. 이유식을 시작할 때도 최소한으로 준비하겠다 맘먹었다. 내가 구입한 이유식 도구는 미니믹서기와 작은 채, 실리콘주걱, 이유식용기, 이유식큐브, 이유식 숟가락 정도였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 먹일 이유식은 간단하고 쉽게 '먹기 좋은 떡'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유식 만들기는 효율성을 최선으로 생각하며 쉽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https://m.blog.naver.com/sunnyjiena/220238829528



이유식 마스터



초기이유식부터 완료기까지 내 손으로 만들었다. 어렵지 않았다. 모든 노하우(?) 블로그 이유식레시피에 적어두었다. 옛날 글이라 말이 짧지만 핵심은 다 적어두었다. 이 글을 쓰려고 블로그 글을 다시 꺼내보니 새삼 대단하다 느껴졌다. 이유식 만드느라 바쁜 중에 사진을 찍고 글로 쓴 기특했다. 기승전 자기 자랑.

첫째때 만든 초기·중기 이유식



8년 전에 구입한 그 용기

첫째 이유식 만들면서 구입했던 도구들은 둘째 때도 사용했다. 믹서기, 채, 실리콘 주걱, 이유식용기는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이유식 숟가락만 쓰고 버렸다.


이유식큐브 실리콘 보관용기도 며칠 전까지 사용했다. 첫째 이유식 때도, 둘째 이유식 때도, 요즘은 볶음밥 재료용으로 정말 잘 썼다. 없었으면 안 썼겠지만 버릴 이유를 못 찾아 쭉 사용해 왔다. 볶음밥 재료 손질해서 1인분씩 넣어두기 참 좋았다. 냉동실에서 하나씩 쏙쏙 꺼내서 밥 볶기 참 편했는데.



고마웠다 잘 가

마지막 재료를 꺼낼 때 너무 세게 눌렀는지 깨졌다. '아이고, 아까워라.'하고 생각해 보니 구입한 지 8년이나 지났다. 플라스틱의 수명은 500년이 넘는다는데 그걸 생각하면 너무 일찍 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비워야 할 때가 왔나 보다. 2개 중에 1개만 깨졌는데 2개다 비웠다. 이제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잘 가라. 그동안 고마웠다. 



이만하면 잘 썼어

큰 아이 이유식용으로 샀는데 그 녀석이 벌써 10살다. 궁상이라면 궁상이고 미니멀이라면 미니멀이다. 이제 그마저도 비웠으니 부엌은 조금 더 미니멀해졌(길 바란)다. 이제 볶음밥 재료는 지퍼백에 보관한다. 덕분에 플라스틱이냐 비닐이냐의 문제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왔다. 정답은 없지만 과용하지 않는 선에서 잘 사용하려고 한다.


물건을 고민하다 보면 늘 환경에게 미안하다. 재활용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일회용품 쓰레기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걸 안다. 그냥 버리기 싫지만 나눔 거래나 중고거래가 안 되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지 못해 재활용하거나 폐기처분 할 때도 많았다.


아직 쓸만한 물건을 버릴 때면 양심이 찔렸다. 그래서 나의 망설임공간은 늘 물건이 많다. 그냥 버리기 싫어서, 필요한 주인 찾아주려고. 버릴 때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잘 알기에 물건을 구입할 때 조심스럽다. 새 물건의 가치 필요성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뚝 떨어진다. 그래서 가격면에서도 실용적이고, 다 쓰고 비울 때도 양심의 부담이 적은 중고거래를 선호한다. 


여전히 가진 물건은 많지만 나는 매일 조금씩 미니멀해지고 있다. 물건으로부터 가벼워지는 느낌은 언제 느껴도 참 좋다. 완벽하진 않지만 궁상스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미니멀이다.





아직 남은 육아용품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잠깐 방심하면 물건은 그득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눌러앉는다. 계약기간 끝났는데 방 안 빼고 버틴다. 그런 물건들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자주 들여다보자. 또 내보낼 녀석은 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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