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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하게 끝까지 쓴다

절약과 귀차니즘의 어느 사이

안방에 유일한 가구(?) 위에 거울 하나. 나의 화장대이다. 5분 컷 눈화장이 전부지만 눈썹이라도 그리려면 거울이 필요했다. 다이소에서 적당한 크기로 구입했는데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정대가 부러졌다. 거울이 깨진 게 아니라 버리기 애매했다. 벽면에 기대 놓으니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틴다. 기특하구나.



버리고 새로 사!

남편은 거울을 볼 때마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하지만 정작 거울이 깨진 게 아니라 못 버리겠다. 멀쩡한(?) 거울을 버리기엔 내 기준에 용납이 안 된다.


안 쓰는 물건이라도 멀쩡하면 과감하게 버리지 못한다. 귀찮지만 중고거래나 나눔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재활용, 재사용, 재거래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건구입을 줄이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쇼핑 귀차니즘

나는 알고 있다. 난 쇼핑이 귀찮다. 미니멀이라 말하고 귀차니즘 때문에 못 산다. 다이소에 가도 거울이 눈에 밟혀 몇 분을 구경하지만 집어 들고 결제하기가 귀찮다. 애초에 다이소에 가는 것 자체가 귀찮다.


그리고 무섭다.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있는 마트, 백화점, 다이소는 들어가는 순간 머리가 어지럽다. 내가 물건을 산다는 것은. 그 귀찮음을 극복할 만큼 정말 꼭 필요할 때이다. 단, 먹거리 제외.


마트쇼핑 10분 컷. 필요한 물건만 자주 가는 마트에서 최단거리로 휘리릭 담아 나온다. 하지만 우리 집 방해꾼들과 함께 가면 쇼핑이 30분씩 걸린다. 특히 어머님 아들이 아이쇼핑을 많이 좋아한다. 나의 쇼핑 스트레스 제공자.



엄마가 미안하다

우리 집 아들 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같은 내의를 입는다. 7부 내의를 한 사이즈를 크게 사서 9부처럼 입혔다. 삼 년은 되었는데 귀찮아서 못 사고 있다.


인터넷쇼핑은 더 귀찮다. 요거처럼 딱 사이즈, 색깔, 소재까지 맘에 드는 내의 찾기 참 힘들었는데. 찢어지거나 헤지지도 않으니 어쩐다.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 미루고 또 미룬다. 올봄엔 꼭 새 내의를 사야 할 텐데.



끝까지 쓴다

화장품도 끝까지 탈탈 털어 쓴다. 화장품 새로 사기가 귀찮아서. 용기에 든 화장품은 뒤집어 새워서 끝까지 쓰고, 튜브에 든 화장품은 반을 잘라 싹싹 긁어 쓴다. 절약이라고 말하고 귀차니즘 때문에 못 산다.


물건을 새로 사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은 마음. 반으로 잘라 놓은 선크림을 보면 남편이 말한다. "내가 벌어주는 게 부족해?"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남은 선크림을 싹싹 긁어 바른다. 그리고 "속에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네?" 하고 감동(?) 받는다.



진정한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란?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이르는 말(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이라고 한다.


진정한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스트를 보며 '미니멀한 삶'에 부담을 느끼며 '가벼운 삶'에 도전하길 포기할 필요 없다. '진정한'이 뭣이 중헌디. 아직 우리 집엔 (방해꾼들의) 물건이 많다. 하지만 내 마음만은 미니멀이다. 물건 때문에 스트레스 덜 받고, 물건 때문에 귀찮은 일 덜 생기면 그걸로 대만족.





살 것들, 당근거래할 것들, 나눔 할 것들이 쌓이고 있다. 겨울방학 덕분에 귀차니즘 파워업. 마음만은 미니멀 몸은 천근만근.


아이들과 겨울방학 전쟁 중인 모든 학부모님들이여 힘내세요.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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