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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11월 : 볍씨 판매

11월에 공공비축미 수매를 한다. 수매를 하고 남은 볍씨는 방앗간에 판매한다. 창고에 그득 쌓여 있던 톤백을 싹 비우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창고는 비우고 통장은 채운다.




파렛트 구입하기

농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면 돈이 든다. 돈이 들지만 투자하면 몸이 편해지고 시간이 빨라진다. 공공비축미 수매준비 하면서 톤백을 지게차로 여러 번 옮겨야 한다. 건조기에서 창고로, 창고에서 트럭에 실을 때, 트럭에 실려있는 톤백을 수매하는 장소에 내려놓을 때 3번 올렸다 내렸다 한다. 


톤백자루에는 고리가 있어서 지게발에 걸어 들어 올린다. 하지만 고리에 지게발을 걸려면 누군가가 손으로 잡아주어야 하고 조심히 넣다 보니 속도가 느리다. 매번 그렇게 하다가, 올해는 남편이 파렛트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파렛트 위에 톤백을 올려서 이동시키면 지게차로 이동하기 훨씬 수월하다. 중고파렛트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 남편이 트럭 타고 직접 구입해 왔다.



수매준비 2차 건조

공공비축미는 800kg 단위로 톤백에 담는다. 예전에는 40kg 자루에 담아 수매를 했다고 한다. 수확량이 많은 농가는 40kg씩 나눠 담는 것부터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800kg 톤백 단위로도 수매 가능하도록 추가되었다. 


1톤짜리 톤백 4개를 건조기에 넣으면 800kg짜리 수매톤백 5개가 나온다. 수매 가능물량이 800kg 20개나 나왔다면, 1톤 톤백 16개를 4개씩 4번 건조해야 한다. 우리 동네 공공비축미 수매날이 결정됐다. 하루에 2번~3번 건조기 돌릴 계획으로 배정받은 수매 물량을 다 준비하려면 며칠이 걸릴지 계산한다. 그렇게 최대한 수매 직전에 건조가 끝나도록 준비를 마친다. 건조 후 보관 중에 수분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볍씨를 수확 후 1차 건조, 수매 직전 2차 건조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볍씨의 수분은 볍씨의 무게와 연관된다. 볍씨 수분을 낮추면 무게가 줄어들고 무게단위로 값을 책정하니까 수익이 줄어든다. 너무 많이 말리면 농가가 손해를 보고, 너무 딱 맞게 말리면 보관 중 수분변화로 수매 기준 13~15%를 벗어날 수도 있다. 뭐든 적당히가 좋은데 날씨, 온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최대한 수분을 수매 직전에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수매준비 톤백담기

올해 1월 '2023년 벼농사 톤백저울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진천군 전체에 6대가 지원되어 경쟁률이 높았지만 3월 운 좋게 선정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원사업은 진행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6월에 최종 확정 후 대금결제를 진행했고, 8월에 드디어 제품 설치를 했다.


공공비축미 수매 시 톤백에 담긴 볍씨 무게는 803kg가 넘어야 한다. 볍씨무게 800kg+톤백무게 약 3kg를 합친 무게이다. 수분기준 미달, 중량 미달이 되면 수매에 참여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수매 일정을 조절하여, 볍씨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


수매준비할 때마다 톤백무게 맞추는 게 참 번거로웠다. 예전에 쓰던 톤백저울은 바닥형이었다. 톤백에 그려진 기준선을 보고 볍씨를 눈대중으로 담아서 무게를 잰다. 적당힘 담겼을 때 건조기 배출을 멈추기 위해 항상 1명이 지켜보고 서 있었다. 톤백 무게가 803kg를 넘으면 바가지로 볍씨를 퍼 내고, 모자라면 더 퍼 넣었다. 


이번에 지원받은 톤백저울은 자동계량저울이다. 써보니까 알겠다. 농사도 장비발이란 것을. 이렇게 편하고 간단할 수가. 톤백중량이 803kg가 되면 저절로 투입을 멈춘다. 볍씨가 넘칠 걱정 없고, 퍼 내고 퍼 넣을 필요도 없다. 작업한 톤백 수량도 체크해 줘서 무척 편했다. 덕분에 일도 빨리 끝나고 작업하기 안전하고 쉬웠다.



공공비축미 수매하는 날

수매는 오전 10시로 잡혔다. 아이들 학교에 등원시키고 부지런 떨어도 8시 반. 10시까지 수매장소로 톤백을 모두 옮기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남편과 수매 전날 미리 톤백을 옮겨놨다. 트럭 2대, 지게차 2대를 총동원하여 톤백을 옮겼다. 농사는 장비발이다. 올해는 파렛트째 톤백을 보관해서 작업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수매 당일 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검사관이 나온다. 무작위로 톤백 무게를 측정한다. 803kg를 넘으면 1차 통과. 톤백마다 볍씨 샘플을 채취해서 수분을 측정한다. 수분이 13~15% 기준에 맞으면 2차 통과. 마지막으로 톤백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볍씨를 현장에서 직접 도정한다. 도정 후 쌀의 상태를 확인한다. 청치(덜 익어서 초록색인 쌀)나 액미(전년도 논에 떨어진 볍씨가 저절로 자란 빨간색 쌀)가 섞여 있는지 병충해는 없는지 도정률은 얼마인지 꼼꼼히 살펴본다. 쌀 상태에 따라 특등급, 1급, 2급을 판정받으면 3차 통과. 


검사가 모두 끝나면 검사관이 톤백 자루에 도장을 찍어 등급을 확정한다. 등급이 확정되면 행정복지센터 산업개발팀 담당자가 수량을 체크해서 영수증을 준다. 수매가 끝나면 엄청 큰 화물차가 와서 톤백을 모두 싣고 가고 수매가 진짜 끝난다.





수매 다음 날, 중간정산금이 지급된다. 볍씨값은 40kg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40kg당 3만원씩 중간정산금을 먼저 입금해 준다. 중간정산금이 들어오면 벼농사의 첫 수입이 생긴다. 텅 비었던 통장에 목돈이 들어와서 두둑해졌다. 돈 들어오는 날은 외식하는 날. 그리고 이 돈으로 임대농지 도지정산, 후불 농약값 정산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볍씨값은 얼마나 책정될까 긴장하며 12월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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