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후불제이기 때문에 1년 치 자금을 미리 준비해서 사용한다. 후불제가 무서워 신용카드도 안 쓰는 내가 큰돈을 관리하려니 두려웠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는지 잘 따져야 했다. 잘 따지려면 농사가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야 했다. 흐름을 읽으려니 궁금한 게 많았다. 아니, 모르는 게 참 많았다. 남편에게 1대 1 과외받으며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내가 젤 잘하는 '기록'을 시작했다. 새롭게 알게 된 것, 궁금한데 인터넷 뒤져도 안 나오는 것,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궁금한 건 못 참지
농사방법, 농사노하우는 많이 나와있는데 농사에 드는 지출은 얼마인지, 소득은 얼마나 되는지 잘 공유하지 않는다. 물론, 돈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남들은 농사를 저만큼 지어서 얼마나 벌까? 1년 벌어서 얼마나 쓸까? 가계유지는 되는 걸까? 남는 게 있는 걸까? 남으면 저축하나? 땅을 사나? 모든 것이 궁금했다. 우리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보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농사꾼이 되어 10년쯤 살아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농사가 돈이 됩니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업이 뭐냐? 어떤 일을 하냐?'라고 묻는 분들을 만난다. "농사지어요."하고 말하면 궁금함을 못 참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다. "농사가 돈이 돼요?" 이제는 씩 웃으면서 "돈은 돼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빚 없고 자경이면 먹고살만하다. 빚 없이 자경으로 농사를 100마지기 이상하면 돈이 된다. 사실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농사'는 힘들고 '농부'는 가난하고 '농업'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모르니까.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농업도 잘만 하면 돈이 된다.
10년 만에 찾은 여유
갚아야 할 대출이 많았을 때 쉬는 날도 없이 정말 힘들게 보낸 시기도 있었다. 결혼 후 함께 농사지으며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그제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남편은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주말에만 농사를 짓는다. 정말 바쁘게 살았다. 남편이 참 고생을 많이 했다. 덕분에 농사소득을 전부 농사자금과 대출 갚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10년 만에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고, 농사수익은 추가 수익이 되어 여유자금이 되었다. 나도 몇 년 전부터 강사활동, 기자단 활동으로 작고 소중한 돈을 조금씩 벌어 해외여행 자금을 모으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여행을 꿈꾸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