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공공비축미 수매 및 방앗간 볍씨판매가 끝났다. 진짜 2023년 벼농사 종료. 내년 3월까지 본격 농한기이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풍요롭다.
내년 수매품종
12월 초면 내년도 공공비축미 볍씨 품종이 결정된다. 볍씨 품종을 미리 알아야 내년에 못자리 볍씨종자를 준비할 수 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자신청을 받기도 하고 국립종자원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올해도 농사가 잘 된 논에서 수확한 볍씨를 따로 보관해서 사용할 계획이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수매에 참여한 농가에게 개별 연락을 주기도 하는데, 관공서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근데, 진천군 홈페이지에는 왜 공지글이 없지? 농사와 관련된 정보 중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참 많다. 농사도 정보력이다. 없으면 찾고, 못 찾으면 문의하자.
직불금 및 지원금
12월 초부터 직불금과 농사 관련 지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직불금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익직불금'으로 1번, 진천군 지자체에서 '군비직불금'으로 2번 지급된다. 올해는 추가로 벼경영 지원금과 벼우량종자 지원금이 나왔다. 12월엔 여기저기서 돈이 입금된다. 잔금이 쌓이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없다.
공공비축미 수매가격
12월 말이 되면 공공비축미 수매가격이 책정된다. 전국 통합 가격이기 때문에 전국의 농민들이 수매가격 발표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2023년 수매가격은 800kg 톤백으로 건조벼 수매일 경우, 특등 40kg 기준 71640원으로 결정되었다. 작년보다 수매가격이 많이 올랐다. 수매가격이 결정되면 2~3일 후로 중간정산금 3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입금된다. 1년 농사의 마지막 종점을 찍는다.
내년 계획 세우기
12월 말이면 들어올 돈이 다 들어오고 농사자금으로 나갈 돈이 다 나간다. 한 해 동안 고생해서 벼농사로 총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를 썼는지 그동안 쓴 가계부와 농업일지를 살펴보며 정산해 본다.
남은 돈에서 내년 농사 자금을 남긴다. 올해 농사를 통해 내년엔 얼마가 필요할지 예산을 세워서 여유 있게 남겨둔다. 농사는 후불제다. 수익도 후불, 임대료도 후불. 처음부터 현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1년 내내 쫓기듯 살게 된다. 미리 쓸 돈을 남겨놓고 사용하면 연말에 들어오는 수익이 남는 돈이 되지만, 외상으로 살게 되면 연말에 들어오는 수익은 모두 써야 할 돈이 된다. 신용카드 쓰는 것과 비슷하다. 항상 의식하고 돈을 써야 한다.
마지막까지 진짜 남은 돈은 투자를 할 것인지, 대출을 더 갚을 것인지, 예금을 할 것인지, 다른 일에 쓸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돈 벌기는 참 어려운데 돈 쓰는 건 왜 이렇게 순삭일까? 고생해서 번 소중한 돈을 정말 잘 쓰는 것도 능력이다.
농한기의 편안함에 빠져 지내느라 10월, 11월, 12월 이야기가 많이 늦어졌다. 벼농사의 1년 과정이 또 끝났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쉴 수 있다. 잘 쉰만큼 바쁜 농번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