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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는 멋진 마무리로 결정된다

마무리라도 잘하면 돼

(오래전에 적어둔 글에 생각을 보탰다.)


오늘 하루가 너무 허무하게 지나갔다. 화가 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밀린 집안일 하려고 획했지만 하나도 못 하고 집에서 꽤 먼 곳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끌려갔다.




짜증폭발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쓴 게 억울해 죽겠다. 내 선택이 아니라서 더 성질이 난다. 하루종일 해놓은  하나 없고, 하루종일 속은 더부룩하고, 비싼 음식은 남겨야 했다. (그때의 나, 왜 그랬냐!)  낭비해서 짜증 나고 시간도 낭비해서 짜증 났다. ~ 진짜 짜증폭발!!!!!



짜증 낸다고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앞에서 말한 모든 짜증은 홀로 마음속의 외침. 짜증이란 다 같이 예민한 순간에 늘 싸움이 된다. 그래서 짜증을 마음껏 낼 수도 없다.


그래, 짜증이 난들 어쩌겠냐. 이미 지나간 일을. 이 상황을 막을 수도 없었으면서,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했는데. 즐기지도 못하고 짜증만 내다가 하루가 끝나갔다.


생각해 보니 후회됐다

짜증 내느라 겨울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짜증 내느라 아이들 웃는 얼굴을 지나쳐버렸다. 짜증 내느라 예쁜 하늘도, 귀여운 조개껍질도 놓쳐버렸다. 그냥 이렇게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에만 계속해서 짜증 내고 있었다.


먼 길을 운전하고 온 남편에게 (속으로) 화만 냈다. 먼 길을 잘 참고 함께 와 준 아이들에게도 짜증 냈다.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즐기지 못했다. 그러니 소화가 안 되지.


내가 계획한 주말을 망친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족들보다 '내 계획'이 더 중요했다. 그 순간 나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여자일 뿐이었다.



마무리는 내가 정한다

'나 지금 이까지 와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꾸 샘솟는 짜증을 진정시키고 오늘의 마무리는 깔끔하고 통쾌하게 느긋하고 뿌듯하게 끝내겠다고 맘을 바꿨다.


오늘 하루는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마무리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빠졌다. 바쁘기로 맘먹었다. 멋진 마무리를 위해.



생각했다, 행동했다, 글로 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밀린 집안일을 계획대로 하나씩  착착 끝냈다. 힘들지만 뿌듯다. 2배속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2시간쯤 걸렸다. 이것 때문에 오늘 하루를 즐기지 못하고 끙끙 앓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덕분에 다행히 잠들기 전 책읽고 글 쓸 시간도 남았다. (브런치작가 되기 전 저장만 해둔 이 글을)


그래서 지금의 나는 오늘 하루 짜증 났던 마음을 글로 남긴다. 기억해야지. 아무리 엉망진창인 하루라도 음먹기에 따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 쓴 글을 읽다 보니 '내 맘대로 안 돼서 짜증 났던 날'은 자주 있었다. 완벽주의계획형 파워 J인 내 탓이다. 계획대로 안 되면 급한 성격이 더 급해져 허둥지둥 스스로 짜증을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빨리 생각을 전환하려고 했다. '뭣이 더 중헌디?!'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어떤 하루도 마무리를 잘 채우면 멋진 하루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참 잘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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