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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지만 좋았다

이만하면 멋진 하루

(작년에 적어둔 글에 생각을 보탰다.)


유난히 그런 날이 있다. 마음이 급해서 손발이 서두르는 날. 치약 열다가 뚜껑을 떨어뜨리고, 수건을 급하게 걸다가 떨어뜨리고, 물통 뚜껑을 급하게 닫다가 떨어뜨리고, 청소기 줄이 꼬이고, 충전기가 콘센트가 잘 안 들어가서 짜증이 샘솟는 그런 날. 습관처럼 잘하던 일들로 우왕좌왕하느라 정신없는 날. 유달리 짜증이 많이 나고 화가 나는 그런 날. 


그런 날은 나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무척 신경 쓰이고 불편한 날이다. 완벽하길 원하는 까탈스러운 성격 때문에 이런 날이 자주 있다. 고쳐야 하는 습관 중 하나이다. 정신없다고 짜증 낼 일이 아니었고, 마음이 급하다고 화낼 일도 아니었다. 나는 '완벽'의 기준을 낮추는 연습이 필요했다. '완벽'을 살짝 포기하고도 만족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했다. 




아침전쟁

늦잠 잤다. 큰애는 1교시 시작 10분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 난 아침 시리얼 먹을 겨를도 없이 애들 챙겨 보내기 바빴다. 주말 동안 이불 안 개고 뒹굴었더니 지가 장난 아니다. 청소가 너무 하고 싶은데 오늘은 콩수매 하는 날이다. 이불만 겨우 탈탈 털고 수매하러 나갔다.


늦었지만 무사히 출근시켰다. 지각은 면했다. 아침은 못 먹었지만 애들 가방이랑 옷, 장갑 빠짐없이 챙겼다. 수매하러 나가야 하지만 이불은 탈탈 털어서 개었더니 속이 시원하다.



집안일

수매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오늘 휴가를 쓴 남편이랑 아바타를 볼 생각이었다. 집에 오자말자 밀린 청소시작. 청소 중에 뒷 마무리하고 남편이 돌아왔다. 후다닥 나갈 생각이었는데 영화는 이미 시작시간. 다음 편은 너무 늦게 끝난다. 아이고야. 영화는 포기.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전화문의 퇴짜맞고 두 번째 식당은 마침 문을 닫았다. 결국 앞에 보이는 칼국수집에 갔다.


서둘러 청소를 해치워서 마음이 놓인다. 아바타 영화 보러 가고 싶었지만 3시간 넘는 영화시간을 맞추려다 애들 하원시간 겹쳐 초조해질 것 같다. 그냥 맘 편하게 주말에 보자고 합의를 봤다. 덕분에 남은 오전시간은 조금 여유 있게 밀린 일거리를 해치웠다.



대출

식사 후 은행에 갔다. 대출도 갚고 이것저것 문의하러. 예상보다 원금+이자가 많았다. 아니 내가 잘못 예상했다. 아이고야. 남는 돈 다시 계산해야겠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여윳돈은 조금 줄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서 ㅜㅜ 빨리 상환하면 빨리 대출이 끝나겠지.



감기

감기 기운 있는 애들 하원시켜 병원에 갔다. 사람이 많다. 진료는 1분인데 기다리는 시간 20분. 저녁 먹자니 이르고 집에 가자니 아쉽고 얼음판에 가서 눈썰매 타고 놀았다. 감기 걸린 애들이랑 추운 데서 뭐 하는 거지. 아이고야.


감기가 유행인가 보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가벼운 감기라 약만 처방받고 끝났다. 참 다행이다. 병원 나올 때마다 매진이라 못 샀던 슈크림 붕어빵을 드디어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슈크림 붕어빵이 꿀맛이다. 추워도 빙판에서 신난 녀석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위에 글은 작년 어느 날의 일기이다. 하루를 긍정적으로 유연하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와, 나 많이 달라졌구나. 유연해졌구나. 도전이 있었고 연습한 덕분이었다. 그래 지금처럼 마음에 여유를 갖고 긍정으로 생각하자! 이만하면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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