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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평생 하는 무한도전

정리를 맘먹고 한 방에 끝냈다면 이제 자유인가? 네니요. 잘 유지된다면, 정리가 적성에 맞다면 오케이. 매일 유지하기가 버겁고, 잠시 방심할 때마다 원상 복귀된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가 끝나고, 남들과 비교하며 흔들리지 말자. 나는 전체적 정리가 끝난 후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며 조금씩 더 비워 나갔다. 비우는 게 즐겁고 재밌었다. 정리에 자신감이 생기고 정리, 미니멀, 비우는 삶, 살림노하우 등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을 읽고 자극도 받고 도움도 받았지만 한편으론 완벽한 그들과 비교하며 자책도 많이 했다. 더 비워야 하나? 더 청소해야 하나? 내가 하는 것도 정리 맞나? 미니멀 맞나? 하며 계속 고민했다. 책을 읽을수록 재밌던 정리가 하기 싫어다.


책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구연산, 과산화탄소 등 천연세제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주방용품은 무인양품점 스테인리스만 사용하고 일회용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가구나 가전제품도 옮겨가며 청결을 유지했다. 완벽한 그들을 보며 난 그 정도는 아닌데,  난 저 정도로 못 하는데 하며 자꾸 주눅 들었다. 우리 집 청결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고 누가 자세히 볼까 봐 부끄러웠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 집 창틀은 손때와 먼지가 참 다양하다. 거실 바닥은 아이들이 흘리고 묻힌 얼룩이 몇 개씩 늘 남아있다. 보이면 닦고 안 보이면 방치된다. 빨래는 오로지 세탁기님만 믿고 맡긴다. 주방은 깨끗이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후드에 기름때는 자주 못 본척한다. 비닐팩, 지퍼팩, 비닐장갑 등 종류별로 구비해서 사용한다. 화장실은 매일 물청소 하지만 세제 한 달 한 번 정도 사용한다. 내가 타고 다니는 검은색 차는 언제나 뿌옇다. 세차 안 하고 다닌다고 맨날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내 기준에 딱 맞다. 그래서 우리 집이 좋다. 내 취향에 내 적성에 딱 맞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청소하고 정리했다. 그게 내 기준이고 난 내 기준이 꽤 만족스럽다.



남들 얘기에 흔들리지 말자. '침대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 란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있어서 좋은 점은 나도 침대를 사용해 봐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바닥을 선택한 나만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남들이 침대를 아무리 찬양해도 당분간은 침대를 살 계획이 없다. '없어 보인다.', '허전해 보인다.', '휑해 보인다.'는 얘기 참 듣기 좋다. 내가 비우려고 노력한 게 티 다는 뜻이니까. 내 주관만 뚜렷하다면 남들 얘기에 휘둘리지 말자.





나는 물건을 비우고 공간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여유를 얻었다. 덕분에 다가오는 기회를 잡았고 경험을 쌓았다. 예전보다 더 풍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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