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정리는 귀찮다. 어렵진 않지만, 맘먹으면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지만, 사실 귀찮다. 그래서 '딱 적당히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건을 비우는 게 힘들다고 말하지만 실은 귀찮은 거다. '그냥 지금 이대로도 별 상관없잖아? 귀찮아 냅둬.' 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영유아 아들 둘을 키울 때를 생각하면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귀찮았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덜 중요한 걸 포기하는 게 맞다.
난 신체에너지 용량이 적은 편이다. 빨리 지치기 때문에 하루동안 에너지 사용을 잘 분배해야 한다. 그래서 귀찮은 건 안 하기로 했다. 난 물건 사는 게 젤 귀찮다. 특히 인터넷 쇼핑은 너무 힘들다. 손해 보긴 싫고 제대로 잘 고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선택장애가 심하다. 덕분에 물건을 안 사는 편이다. 물욕이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했다. 물건을 덜 사면 비울게 줄어든다. 하지만 여전히 방해꾼들 덕분에물건이 넘쳐난다.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도 귀찮아서 미루는 판에 필요 없는 물건을 살 만큼 에너지가 넘치지 않는다. 나도 사람이기에 아주 가끔 다이소 문구류 코너에서 발걸음을 못 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지 않는다. 물건을 고르는 시간과 돈 그리고 나의 에너지를 절약했다.
덕분에 이미 집에 있는 물건을 알뜰하게 사용한다. 고장 날 때까지,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싹싹 긁어서 사용한다. 여유분이 많으면 헤프게 써진다. 치약, 비누 같은 생필품은 특히 그렇다. 치약을 다 써가는데 새 치약이 없으면 남은 치약을 반으로 잘라서 속까지 싹싹 긁어 쓰게 된다. 그런데 새것이 있다면? 쓰던 건 빨리 버리고 새 걸 교체해서 쓰게 된다. 사람의 심리문제이다. 있으면 쓴다. 많으면 더 쓴다. 없으면 안 쓰고 못 쓴다. 이런 걸 보면 심리학은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미니멀하게 산다.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부럽지 않다. 완벽한 미니멀라이프를 살 자신도 없다. 비교하며 자책 말고 나의 기준에 맞게 만족하며 살기로 했다. 덕분에 삶은 가벼워졌고 매일 하루를 만족하며 산다. 남편은 궁상이라고 비웃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이것도 미니멀이야!"
낡은 양말을 하나 버렸다. 나머지도 낡아서 교체가 시급하다. 귀찮아서 며칠째 미루고 있다. 내 양말은 4계절 모두 합쳐 5켤레, 남편은 30켤레가 족히 넘는다. 우리 집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니멀과 맥시멈이 넘나 든다. 남편은 궁상이라 비웃고, 나는 작작 좀 사라고 잔소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