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구례군 섬진강
섬진강은 우리나라 5대강에 드는 긴 강이다. 국가하천(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가운데 수질이 가장 좋은 물줄기로 강변풍경 또한 제일 아름답다. 그러다보니 섬진강변 여행은 자전거,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버킷 리스트’에 꼭 들어가는 곳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보듬으며 구불구불 흘러가는 섬진강은 임실, 곡성, 구례, 화개, 하동, 광양 등 많은 강변마을을 지난다. 남도해양열차(S-Train)를 타고 전남 구례 여행을 떠났다. 남도해양열차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전용칸이 있는 관광열차다. 자전거 운송·보관비용은 따로 없다.
열차는 서울-대전-전주-남원-곡성-구례-순천-여수를 오간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기 좋은 큰 창문에 자리가 넓고, 좌석마다 충전용 콘센트까지 갖췄다. 카페 칸으로 가면 재미있는 놀거리도 마련돼 있어 여행길이 더욱 즐겁다.
매년 3월 노란색 상큼한 꽃을 피우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산수유마을, 지리산 성삼재, 화엄사 등 명소가 많은 구례는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도 좋을 정도로 큰 동네다. 특히 전북~전남~경남까지 이어지는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섬진강변길이 있어 자전거 여행자에게 고향 삼고 싶은 곳이다.
* 구례 자전거여행길 : 구례구역 - 구례시장(5일장) - 한국압화박물관 - 섬진강 대나무숲길 - 두꺼비다리 - 섬진강 어류생태관 (약 23km)
섬진강가의 큰 장터 구례오일장
지붕에 기와를 인 아담한 구례구역에서 내려 바로 구례읍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구례시장에 5일마다 큰 시장이 열린다 (매 3일과 8일). 구례는 지리산 일대에서 봄소식이 가장 빠른 곳으로 장날이면 동네 전체가 북적거린다. 구례버스터미널 가까이에서부터 차도와 인도를 걸쳐서 구례읍 한가운데까지 장터가 넓게 펼쳐져 있다. 섬진강가에서 가장 큰 장터지 싶다.
과거 영호남 물물교류의 장소였다는 장터답게 없는 것이 없다. 철공소라는 간판을 단 대장간에서 ‘깡깡’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고, 여러 대의 까만 쇠통이 돌아가고 있는 뻥튀기 가게에선 내내 고소한 곡물냄새가 흘러나온다.
장날에만 나온다는 뻥튀기 주인장은 다른 장터와 달리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라 좀 놀랐다. 수 십 년 경력의 뻥튀기 장수 아주머니는 곡물외에 말린 나물과 약재들도 능숙하게 튀겨낸다.
이웃동네 경남 하동 화개장터가 관광지 시장이라면, 구례시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장날에 만나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주민들의 정답고 질펀한 사투리를 들다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크고 오래된 장터답게 수구레 국밥, 다슬기 수제비, 팥칼국수, 육회비빔밥 등 TV에 나왔다는 맛집 식당들이 많다. ‘수구레’는 쇠가죽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다.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식당에서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이런 곳을 ‘정육식당’이라고 하는데 고기도 신선하고 가격도 7천원으로 저렴해 좋다. 얼음조각을 넣은 식혜를 후식으로 주신다. 자전거타고 다니느라 배고프겠다며 새우로 국물을 낸 칼국수를 건네 주셨는데 배는 물론 마음까지 함께 불러왔다.
평소 만나기 힘든 다슬기 식당도 눈길을 끈다. 다슬기는 이름이 많다. 지역마다 올갱이, 고둥으로도 불린다. 다슬기는 섬진강 상류에 모여 사는데 신기하게 강 하류엔 재첩 조개가 많이 산다. 다슬기탕, 부침개, 무침, 백숙, 수제비, 칼국수 등등 다슬기로 할 수 있는 온갖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꽃피는 봄날에 어울리는 압화 박물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마을 전남 구례는 야생화의 천국이다. 지리산에는 국내 야생화 종류의 3분의 2가량인 1500여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구례읍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는 요즘 같은 봄날과 잘 어울리는 압화 박물관(구례읍 동산1길 29)이 있다. 잠자리 생태관, 자연생태학습원 등이 함께 모여 있어 볼거리가 많다.
한옥 모양의 박물관에 들어서면 꽃을 말리고 눌러 만든 각종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압화는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이끼, 나뭇잎, 나무껍질 등도 재료로 쓴다. 인간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꽃이 다시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압화 전문 박물관으로, 방문객이 직접 압화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섬진강변 대나무숲길 ‘죽죽빵빵길’, 두꺼비다리
강변을 따라 화사한 벚꽃이 휘날리는 벚나무가 많은 섬진강. 구례시장에서 상인이자 동네 주민에게 섬진강 '대밭길'을 알게 됐다. 구례읍 원방리 강변 일대로 예전부터 대나무가 많았는데 정비를 해서 대나무숲 산책길로 조성했다. 아직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이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나무들과 대나무숲은 아름다운 강변풍경과 함께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살랑이던 강바람도 대나무숲에 닿으면 거칠고 원시적인 소리로 바뀐다. 대나무가 많아 지었다는 이 길의 이름이 재밌다. '죽죽빵빵길'이란다.
한갓진 ‘죽죽빵빵길’을 지나다보면 재밌는 이름의 새로 생긴 보행자용 다리가 나타난다. 섬진강을 건널 수 있는 두꺼비다리(구례군 문척면 죽마리)다. 옛날엔 강변에 두꺼비가 많이 살았는지 한자어 '섬(蟾)'은 두꺼비를 뜻한다.
섬진강이란 이름은 고려 우왕 시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어 왜구를 물리 쳤다는 전설이 있다. 다리 한가운데를 지나다보면 녹음된 두꺼비 노래소리가 자동으로 들려온다. 개구리, 맹꽁이와 함께 요즘 듣기 어려운 두꺼비 소리가 반가운 마음에 다리를 몇 번 오가게 된다.
강변에서 강둑길로 바뀐 풍경 속, 큰 수달 조각상이 서있는 섬진강어류생태관(구례군 간전면 간전중앙로 4)이 나온다. 생태관의 큰 수족관 덕택에 '하천의 제왕' 메기를 가까이에서 제대로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잡히는 대형 메기다. 별칭답게 물고기는 물론 개구리까지, 자기보다 작은 동물은 뭐든 잡아먹는단다.
메기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긴 수염. 낮에 바위나 돌 틈에서 쉬고 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데 이때 이 수염으로 먹잇감을 감지한다. 메기의 수염은 지진을 감지하는 능력도 뛰어나, 이상 징후가 일어나면 물 밖으로 뛰어오른단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지진을 예측하는 물고기'로도 알려져 있다고. 이렇게 메기에게 수염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생긴 것이 고양이의 수염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메기의 영어 이름은 'catfish'라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