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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Apr 27. 2021

호수에서 시작해 바다로 이어지는, 인천 장수천(長壽川)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소담하고 풋풋한 장수천 길

행운이 그렇듯 좀체 만나기 힘들다는 행복. 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경우는 화창한 날씨가 아닐까 싶다. 요즘같이 햇살 좋은 봄날, 도시와 마을을 보듬으며 흐르는 정다운 하천 길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한다.      


장수천은 인천광역시 남동구를 적시며 흐르다 소래포구를 통해 서해바다로 흘러드는 7km 길이의 하천이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좋은 소담한 물길이다. 도심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치장과 시설이 덜해 자연미가 살아있고 풋풋하다. 인천둘레길 6코스에 속해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공원, 아파트, 텃밭 등 시민들의 삶 곁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 같은 느낌이 들어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자주 걸으면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하천 이름은 동네 이름 장수동(長壽洞)에서 유래했다. 하천길이 시작되는 곳이 인천대공원 호수이고, 하류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어 걸음걸음이 다채롭고 풍성하다.     


인천의 천연 공기청정기인천대공원

인천대공원
인천수목원

인천 2호선 전철 인천대공원역에 내리면 장수천 길의 들머리인 인천대공원(남동구 장수동)이 나온다. 위락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보다 가까이에 둔 휴양공원으로 293만㎡(89만평)이나 된다. 대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드넓은 공간에 큰 호수와 수목원, 다양한 나무들이 가로수와 숲을 이뤄 살고 있다. 거마산과 관모산을 품고 있어 가벼운 산행도 할 수 있다.      


공원의 규모가 큰 만큼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도 인천공원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 자전거는 호수공원 옆 자전거 광장에서 대여할 수 있다. 캠핑장, 어린이 동물원, 호숫가 둘레길, 장미정원 등도 인천대공원의 자랑이다. 관모산(162m)을 따라 이어진 인천대공원 숲길은 산림청이 주관한 ‘전국 아름다운 숲’ 선정 대회에서 수상한 명품 숲이기도 하다. 

인천대공원 숲길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
장수천 길이 시작되는 호수공원

'솔향 숲', '햇빛 숲', '편백바람 숲' 등 무려 9개나 되는 이름을 가진 숲이 조성돼 있다. 허브가든, 계류 연못원, 온실 등 43개 테마 전시원으로 구성된 수목원에는 국내에 자생하는 1300여 종, 22만여 본의 풀과 나무가 식재돼 있다. 1ha 활엽수 나무숲이 1년 동안 걸러내는 먼지의 양이 65톤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천연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나무터널 같은 인천대공원 가로수 길을 지나다보면 공원 중앙에 자리한 너른 호수가 반겨준다.      

호수 뒤로 연둣빛으로 물든 관모산이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호숫가를 따라 여러 나무와 물억새가 어우러져 산책하기 좋은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호숫가 나무 벤치에 앉아 오리들이 떠다니는 잔잔한 호수와 나무를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물멍’에 푹 빠지게 된다. 거닐수록 긴장이 풀리는 둘레길이다. 호수 광장 건너편에 큰 안내판과 함께 장수천 길이 보인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장수천     

장수천 길
오리 가족

장수천은 인천에서 몇 안남은 소중한 자연생태하천이다. 많은 하천들이 도심개발로 복개(하천이 흐르는 위를 콘크리트로 덮는 것)되면서, 그 모습을 감춘 채 컴컴한 도로 밑을 흐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방이 단절되고 사람 사이의 거리가 떨어져도, 그 틈새로 봄은 오고 있다. 봄을 더욱 운치 있게 해주는 하천변의 풍경이 정답다.      


봄이 오면 물가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쑥이며 제비꽃, 애기똥풀, 봄까치꽃 등의 들꽃 너머로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 가족의 움직임이 한결 여유롭다. 남자 팔뚝만한 씨알 굵은 잉어들의 힘찬 몸짓에 하천이 요란하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을 파는 비닐하우스 장터 모습이 어디 멀리 시골에 온 듯 살갑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처럼 거닐수록 정감 가는 물줄기다. 

장수천 길
천변 시골장터
쑥 캐는 사람들

장수천에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존재는 봄의 전령사 쑥 캐는 아주머니들이다. 향이 좋아 쑥떡, 쑥튀김, 쑥국을 해먹으면 맛나다며 웃음 짓는 사람들 모습은 또 다른 정다운 봄 풍경이다. 어린아이가 할머니를 따라 쑥을 캐는 모습이 귀여워 곁으로 다가갔다. 부끄러워하며 앙증맞은 손으로 캔 작고 귀여운 쑥을 보니 우리말 ‘쑥스럽다’의 유래를 알 것 같았다.      


부드러운 봄바람, 따스한 햇볕, 환하게 웃어주는 봄꽃들, 사람들의 생기 있는 표정··· 일 년 중 가장 좋은 나날이 지나가고 있다.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세계는 변하지 않는 것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봄날 장수천 길을 거닐다 보면 세상이 절로 아름다워 보이고 누구나 낙관주의자가 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염전·습지·갯벌을 한 번에 누비는소래생태습지공원      

소래생태습지공원 갯골
‘풀메’ 괭이 갈매기

시냇가 같던 하천은 어느 곳 부턴가 질펀한 갯벌로 변해 흐르고 있어 신기했다. 바다가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리 위에서 괭이 갈매기들이 날아 다녔다. 목소리가 앙칼진 고양이 같아 이름 지은 괭이 갈매기는 무척 개성적이다. 노란 부리에 붉고 파란 립스틱을 발라 화려함을 더하고, 눈매가 도드라져 보이는 아이라인까지 그렸다.      


작은 어선들이 밀물을 기다리며 갯골가에 철퍼덕 주저앉아 있는 모습도 재밌다. 드넓은 초원과 함께 과거 전국 최대의 천일염을 생산했던 염전이 남아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이 나온다. 총 넓이 약 350만㎡(106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공원으로 도보로 한두 시간 들여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바람에 살랑대는 갈대숲, 장난감처럼 예쁘게 돌고 있는 풍차, 코끝에 묻어오는 갯내음이 이채롭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산책
천일염전 체험장
소래역사관내 수인선 협궤열차

약 60여 년간 소금을 생산했던 염전이었던 곳으로 2009년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과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전통방법으로 소금을 만드는 천일염전 체험장과 재래식 소금창고, 해수 족욕장, 풍성한 갈대숲 길을 만날 수 있다. 포장하지 않은 푹신한 흙길의 느낌이 좋다. 탁 트인 평원 풍경에 모니터와 휴대폰에 갇혔던 눈이 개안한 것처럼 시원하다.      


공원 가까이에 소래역사관(남동구 논현동 아암대로 1605)과 화재를 딛고 다시 개장한 소래포구가 있다. 수인선 기차역 소래역이 있었던 소래역사관에서는 과거 염전과 포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1995년까지 수원과 인천 사이를 오갔던 실물크기 협궤열차에도 타볼 수 있다. 당시엔 꼬마열차라고 불렀다더니 기차가 덜컹거릴 때면 맞은편 승객과 무릎이 닿겠다. 수인분당선 전철 소래포구역이 가까워 오가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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