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내게 가르쳐준 것
물어볼 게 있어.
나는 가던 걸음을 멈췄다. 한동안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질문. 여기서, 이 사람에게, 꼭 해야 하는 질문인지 알 수 없었던 질문. 너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워 참아왔던 질문. 하지만 더이상의 아픔이 두려워 꺼내야겠다고 다짐했던 질문. 잔인하고 아팠던 질문.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너의 눈빛을 마주했다. 캠퍼스에 감도는 햇살이 눈부시도록 밝은 오후였다.
괜찮아.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내 손을 다시 잡는 너의 손이 느껴졌다. 무거웠던 공기가 조금씩 무게를 덜고 가벼워지는 기분. 잿빛이 푸른색으로 번져가는 기분.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푹 숙인 내게 너는 말했다. 나랑 있을 때 즐겁다고 했지? 지루하거나 재미없지 않고 늘 웃게 된다고 했지? 그럼 그냥 그렇게 옆에 있어주면 돼. 나는 그 자체로 감사할 뿐이야. 내가 그만큼 더 많이 사랑할게. 네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더 기뻐지도록 노력할게. 울음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네가 다시 걸음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십년 전의 기억은 대개 왜곡되거나 빛을 잃었다. 사실 십년 전의 너도 흐릿하다. 그러나 5월의 햇살은, 공기는, 주변의 색깔은, 그리고 나의 마음은 모두 그대로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스물 두 살이던 그 때 그사람의 마음 속엔 대체 얼마나 큰 사랑이 담겨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을까.
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때 그사람이 가르쳐준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사람을 계산없이 사랑하는 법. 내사람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더 많이 사랑해주는 법. 나는 어린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던 셈이다.
지난 사랑은 가치가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별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떠올리게 해준다. 따뜻한 햇살 속에 서있던 그 시절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