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은 또 온다, 반드시

서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by Cactus


그 순간은 정말이지 인생에서 몇 안되는 먹먹하고 답답한 순간이었다. 나의 삶에 너무나 깊숙하게 박힌 사람을 뿌리채 뽑아야 하는 순간.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말을 할 수 없고, 만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 그 예쁜 추억들을 공유할 유일한 사람이 영영 사라져버리는, 그런 순간.


나 이제 그냥 혼자 살까봐. 내가 누굴 다시 사랑할 수나 있겠니. 친구 품에 안겨 나는 펑펑 울었다. 아, 드라마에서나 보던 오글거리는 장면이 내 인생에 펼쳐질 지 누가 알았던가. 수많은 주제들 중 왜 사랑노래, 이별노래만 많야며 늘 불만이던 나였다. 그런데 그날 나는 모든걸 알아버렸다. 이별이 이토록 가슴 끊어지는 일이란 것도, 이토록 큰 일이란 것도.


이제 수녀원으로 들어가야겠어. 몇 달 동안 되도 않는 소리를 했다. 어쩌겠는가, 정말 누군가를 만날 에너지가 1%도 채워지지 않았는걸. 걷는, 일하는, 보는 모든 것에 그 사람이 둥둥 떠다녔다. 나도 모르는 새 자꾸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안에 사는 그 사람이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세 달만, 딱 그만큼만 더 참아보기로.


두달 쯤 지났을까. 한참 눈이 오더니 온기를 품은 바람이 조금씩 불어왔다. 같이 걸었던 길을 혼자 걷는 게 서서히 익숙해졌다. 세달 간 맘껏 아파하기로 한 스스로에게 미안할만큼 나의 마음은 탄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슥 봄바람처럼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내가 아파한 시간동안 내 곁에 있던 사람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 같이 아파하던 사람. 정말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 너 수녀원 못들어가게 하려고 내가 왔지, 그가 웃었다.



그 이후 몇번의 사랑과 이별이 날 지나갔다. 이제 절대 사랑 안 해. 이런 아픈짓을 다시 시작할 여력이 없어. 둘이 함께 만들었던 세상에서 벗어나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다른 누굴 사랑할 마음이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럴때마다 사랑은 왔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큰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사랑이 나를 찾아 왔다. 이젠 내 스스로도 나의 새빨간 거짓말을 못믿게 됐다. '사랑을 믿게 됐다'.



안 올 것 같은가.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가. 이 넓은 세상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영원히 혼자일 것 같은가. 누군가를 사랑할 마음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가. 그럼에도 사랑은 또 온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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