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이 두렵지 않게됐어

서른이 내게 알려준 것들

by Cactus



너 서른 되면 죽을거라면서. 대체 몇 년을 더 살고 있는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웃으며 건넨 말에 쿵, 가슴이 내려앉았다. 맞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서른이 되면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어렴풋이 두려웠던 것 같다. 거울 앞에 서서 주름져가는 내 얼굴을 보는 게.


한없이 반짝이던 시간을 지나 과거의 나보다 더 반짝이는 청춘을 부러워하는 장면,

하나둘씩 나는 흰머리를 바라보면서 속상해하는 장면,

지난 날을 그리워하며 늙어가는 인생의 장면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죽음이 무언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죽음의 두려움보다 시간의 흐름을 더 공포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시간의 흐름은 정말 그토록 두려운 것일까?


나이가 드는 걸 슬퍼하는 내게

넌 스무살보다 훨씬 예쁘잖아. 라고 말해준 사람.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라며 괴로워하는 내게

난 너와 함께 할 미래가 너무 설레는데. 널 만나고부터는 너와 함께하는 게 중요하지, 뭘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졌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나는 두렵지 않다.


이토록 따뜻한 말과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다니.

나는 이제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서른이 되면 죽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냐는 듯 미래를 기다리며 살게 되어버렸다.



함께 흰머리를 뽑아주고 빛났던 날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일은 정말 멋진 일 아닌가. 죽기로 했던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나는 함께 맞을 내일에 설레며 살아가고 있다. 잃고 싶지 않은 따뜻한 말들과 소중한 순간들을 가슴 속에 하나씩 새겨가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럼에도 사랑은 또 온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