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기다려주는 것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by Cactus

그는 실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게, 사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거든. 게다가 우리는 만난 지 오래 되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아직은 네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나중에 내가 좀 더 편해져서 준비가 되면 말할게, 그 때 네 친구들이랑 같이 한 번 만나자.


말할까, 하지 말까. 나도 많이 고민했다. 원래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서로 친구들을 자유롭게 연결해주는 커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가 너무 이상한 성격인가 싶었다. 눈 딱 감고 어색한 자리에 가볼까. 하지만 어쩌나, 내 성향이 이런걸.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의 친구들 사이에 섞여 억지웃음을 지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런건 지금 말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질 얘기다. 지금, 말해야 한다. 지금이다.


알겠어.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웃어보였다. 배실거리는 비웃음이 아니었다. 억지웃음도. 데이트하러 만나는 순간 웃어보이는 솔직한 미소가 지금 그의 얼굴에 걸려있었다. 서운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채 내가 묻자 그는 답했다. 언젠가 마음 편안해지면 다 같이 보면 되지 뭐. 마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언젠가는 괜찮아지지 않겠어? 형들에겐 내가 잘 말해놓을게.

이 반응 뭐지, 무언의 압박인가? 이 사람 왜이렇게 쿨한 거지? 진짜 상처입은 걸까? 나는 부랴부랴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방금 말한 거 취소할게. 내가 이번에 한 번 눈 딱 감고 만나볼게. 그러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에이, 억지로 바꾸다보면 나중에 더 힘들다? 마음 열릴 때 같이 만나자.



사랑이 뭘까?

성격이 다른 두 남녀는 서로 매력있는 부분에 빠져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을 만큼 자아가 굳게 형성되어버린 성인에게 사랑은 결코 순조롭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약속에 매번 늦는 것, 소심해보이는 모습, 거슬리는 습관들까지 모두.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거나, 상대에게 조심스레 바뀌기를 제안하며 서로 다른 블럭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다음부터는 제 시간에 맞춰 오면 안될까? 너무 고민만 하지 마, 그 습관은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상대가 나에게 바뀌기를 바랄 때 나는 위축된다. 나는 나로써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결코 당연하지 않다. 여러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그와 달리 내가 새로운 자리를 어색해하는 것처럼. 하지만 상대가 바뀌기를 강요하지 않고 마음이 열리기를 천천히 기다려준다면, 기약 없는 '언젠가'를 믿어준다면 나는 기꺼이 마음을 열어가지 않을까.

상대를 그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변하기를 바라지만, 언젠가를 위해서 천천히 기다리는 마음. 그게 사랑이다.


그는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 이제 형들과 친구들도 언젠가 만날 날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나 뭐라나. 다행히도 나의 마음이 천천히 열려가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에 도달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그렇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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