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마음 편한 대로 해,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가 좋아.
그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나의 생활습관에 대해 의견을 물을 때도, 어떤 머리가 더 어울리는지 매우 사소한 질문을 던질 때도. 아니, 자기가 더 원하는 쪽을 말해봐. 자기 생각을 말하면 내가 참고할게. 내가 대답을 독촉하면 그는 멋쩍게, 그리고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답한다. 다 좋은데, 나는 네가 선택하는 걸 무조건 응원하고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다 좋아하는데.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거야?
나는 피식 웃고 만다. 이 남자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말이 선택을 회피하려는 기색으로 비칠 수도 있고, 성의없는 대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사람은 자신의 결정때문에 나의 원래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강요받는 것을, 그래서 내 행동이 억지로 변하거나 규정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내가 편하길 바라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이 남자의 사랑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랑 방식의 귀한 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외국에서 멀쩡하던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진 적이 있다. 나에게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던 그 때의 사진을 노트북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당시 곁에 있던 남자친구에게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내가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는지 모른다고, 병이 나았을 때 얼마나 하늘에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너무나 아픈 기억이어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왈칵 울음을 쏟을 뻔도 했다. 그러나 그때 곁에 있던 사람의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줬다. 진짜 흉하다. 나를 만나던 중 너의 피부가 이렇게 됐다면, 솔직히 난 널 계속 만나지 못했을거야. 지금 얼굴이니까 만났지. 과연 그가 사랑한 건 나였을까, 내 얼굴이었을까? 병이 없는 내 몸이었을까? 아니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무언가였을까? 적어도 나 자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매우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앞머리를 내려도 올려도 좋고, 캐주얼을 입어도 페미닌룩을 입어도 좋고, 자신의 회사 근처로 자주 와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지금처럼 잔걱정이 많아도 좋고 잔걱정을 다 떨쳐버려도 좋고. 그저 내가 마음 편하면 어느 쪽이든 좋다는 이사람의 마음은 어찌나 깊은 것인지. 얼마나 귀한 마음인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조를 수도 있다. 그럴때도 선택을 유보하거나 회피하는 남자는 아니니까. 조심스럽게 자기의 의견을 덧붙여줄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그래, 그럼 나 편한대로 할게. 자기가 다 예뻐할 거 아니까! 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말이다. 나야말로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그사람을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해줄테다. 저사람의 저 깊은 배려심과 마음까지 고스란히 사랑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