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여전히 연애하며 잘 삽니다.

(구)독신주의자의 1년차 결혼 라이프

by Cactus

결혼 NO, 연애 WELCOME만 외치던 어느 독신주의자의 1년차 결혼 라이프. 저는 여전히 연애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엔 대개 미뤄뒀던 집정리를 시작합니다. 지난 5일 간 둘이서 빨래통에 신나게 던져놨던 옷들을 세탁기에 쏟아붓고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뿌려 빨래를 돌리죠. 그다음엔 소파테이블에 널브러진 맥주잔, 안주 봉지, 각종 영수증, 고지서를 말끔히 치웁니다. 전선을 정리한 뒤 로봇청소기까지 가동하면 금요일 오후의 약식 청소는 끝나는 셈입니다.

남편이 준비한 저녁식사가 완성되면 우리는 때론 식탁에서, 때론 소파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하루의 일과를 나눕니다. 사실 전 온갖 화제가 등장하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해요. 금요일, 신랑,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라니. 여기에 맥주 한 캔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최고의 조합이죠.


토요일 아침엔 커피를 한 잔씩 들고 함께 소파에 앉아 <출발, 비디오여행>을 봅니다. 갓 뽑은 에스프레소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시는 저와 달리 신랑은 요즘 코스트코에서 산 콜드브루에 푹 빠져있습니다. 옆에서 아그작 아그작 얼음을 씹어먹는 소리를 들으며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엔 느긋하게 오늘의 일정을 논의하는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주로 넷플릭스+배달음식, 유튜브+티타임과 같은 달콤한 홈데이트를 즐기곤 합니다. 가끔은 집근처 공원으로 나가 귀여운 강아지들을 구경해요. 강아지를 향한 신랑의 사랑가득한 눈빛을 구경하는것도 쏠쏠한 재미랍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출근을 준비합니다. 다음날 입을 옷을 서로 골라주기도 하고, 다음주에 필요할 생활용품들을 체크해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도 하죠. 직장인들이 대개 그렇듯 지나가는 주말이 아쉬워 둘이 과거, 현재, 미래, 부모님 등 다양한 주제로 새벽까지 수다를 떱니다. 괜스레 재미도 없는 유튜브를 돌려보거나 책을 읽기도 합니다. 야속하게도 월요일 아침은 오고, 조금 더 일찍 출근하는 저는 신랑에게 인사를 한 뒤 차에 시동을 겁니다. 그날 저녁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피곤한 몸으로 옷을 빨래통에 던집니다. 식사 후엔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딴 뒤 소파테이블 안쪽에 쌓여있는 안주 과자를 뜯어 둘만의 맥주타임을 즐깁니다. 소파테이블 위엔 영수증과 고지서가 또다시 쌓여갑니다. 금요일 오후쯤이면 다시 치워질 것들이지요.


결혼 1년차. 여전히 연애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달달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꼭 붙어있다가, 단단히 삐쳐 등돌리고 말도 하지 않다가, 자존심 내려두고 사과하고 미안해서 엉엉 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꼭 붙어 앵기면서. 헤어지기 아쉬워 손 꼭 붙잡고 있던 그 때처럼, 우리는 따뜻하게 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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