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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world May 20. 2021

07. 시험관을 바로 하고싶어도 못한다니!

한달 한달이 아깝지만, 마음대로 시작할 수도 없는 시술

이번달에 시험관을 시작할 수 없다고?


초음파상으로 물혹이 보이네요. 이번달은 시험관 시술이 어렵겠어요.

선생님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보통 자궁 물혹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물혹이 있으면 시험관 시술을 하지 못해요. 이런 경우 우선 물혹을 없애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달동안 피임약을 먹는거예요. 일단 약을 사서 드세요. 그리고 다음 생리 2-3일째 또 병원에 와서 초음파로 물혹이 사라졌는지 확인하시죠.


이번달에 시술을 받을 수 없다고? 이건 웬 청천벽력인가. 나는 그 무서운 나팔관조영술 난임검사를 끝냈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후, 생리 2일째되는날 시간을 쪼개 병원에 왔다. 오늘부터 주사랑 호르몬제 등을 잔뜩 처방받을 것 같아서 큰 가방도 가져왔다. 그런데 전쟁 나가는 장수처럼 큰 결심을 하고 온 내가 시술을 받을 수 없단다. 물혹때문에.


한달 한달이 아까운데 그냥 이번달에 시술받으면 안될까요 선생님? 나는 아쉬움에 괜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건강히 몸 지키고 다음달에 물혹이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시험관을 하자며 나를 다독였다. 약국에 들러 피임약을 사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한달 한달이 아까워


난임병원과 산부인과에서 그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한달 한달이 아깝다’는 말. 여성의 난소나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진다. 난소나이가 많아지면 채취할 수 있는 난포 수가 적어지고, 가능성도 조금씩 낮아진다. 그래서 한달이라도 젊을 때 시험관을 해야 유리하다. 그런데 나는 그놈의 물혹때문에 큰 마음을 먹고 병원에 왔음에도 한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시험관 시술 자체는 수술보다 간단하지만, 내 뜻에 따라 바로 시술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비슷한 일을 겪었다. 물혹이 있거나, 주사를 맞아도 난포가 많이 보이지 않고 보이는 난포마저도 한 난포가 다른 두세개의 난포를 제압할 정도로 커졌을 때. 나는 다음달로 시험관시술을 넘겨야했다.


사람들은 ‘한달 안되면 다음달에 하지 뭐.’라고 쉽게 말한다. 그들은 알까, 당사자에겐 그 한달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내 몸속에 있는 물혹이 사라지길 바라며 나는 한달간 꾸준히 피임약을 먹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그저 이 약에 모든 기운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아픈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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