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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Oct 28. 2022

나의 균형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시리즈 마감을 앞둔 이 시기에는 화장실도 뛰어갔다오고 야근을 밥 먹듯 하게 된다. 회사에서 내내 글자를 보니까 집에 오면 책을 잘 안 읽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이 좀 바싹 마르는 느낌이라 오늘은 침대에 누워 소설을 읽었다. 김연수를 깊이 좋아하게 된 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단편 소설 때문이었다. 같은 제목의 장편 소설도 있지만 나는 단편을 훨씬 사랑했다. 그게 이미 너무 옛날인데 오랜만에 읽은 김연수가 너무 좋아서 실은 김연수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정말 상관없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의 소설들은 분명 나의 한 시절에 강력한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영감을 주다니 놀랍고 기쁜 일이다.

꿈이 있다면 마음이 마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차하면 마르기 십상이라는 것도 배워서 안다. 생활인으로서의 내가 꿈꾸는 나보다 못미치거나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언제나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생활인으로서의 나를 다정하게 다독인다. 그 균형 속에 나의 만족이 있다. 요즘은 생활인 100으로 살고 있는데 김연수의 소설이 꿈꾸는 나를 50만큼 단숨에 올려 주어서 잠들기 전 나는 다시 만족스런 균형을 되찾았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 그러니 어떻게 오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나의 방향은 틀리지 않구나 안심하며 익어가는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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