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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Mar 09. 2023

배수아와 다자이 오사무

<작별들 순간들>, <사양>

지난 주말엔 읽던 책 두 권을 마쳤다. 새벽엔 배수아의 <작별들 순간들>을 끝까지 읽었고 오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끝냈다. 배수아는 내가 꾸는 꿈을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가능하다면 나는 그와 같은 생활을 하며 인생을 살아내고 싶다. 고독해 보이는 그 생활을 기꺼이 스스럼없이 누리는 힘이 그녀 안에 있다. 그것은 하나의 단어나 몇 가지 경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쌓여 하나의 인간은 지금이 된다. 나는 그녀가 아닌데 그녀처럼 살 수 있을까. 그녀처럼 살 필요가 없는데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시골 오두막에서 읽고 산책하고 수영하고 쓰며 지내는 그녀의 삶이 더없이 부러웠으니까.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너무 놀라워서 나는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사양에서 받은 강력한 에너지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다자이 오사무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나아가고 누군가는 주저앉는 게 인생이라면 나는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주저앉는 사람들이 더 깨끗해. 사무치게 깨끗해서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뻔뻔한 채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나를 저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기대를 멈추지 않은 채, 낙담하고 좌절해도 안아주고 격려하며 나아가고 싶다. 이 의지는 나에게 무척 강렬해서 때로는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한다. 어디서 오는 걸까 이 의지는, 이라고 의아하게 바라보게 한다.

배수아와 다자이 오사무는 내 안의 기대나 결심들을 다시 흔들어 깨워주었다. 읽는 일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을 만나면 나는 너무 신나서 비명이 나올 지경. 그럴 때마다 생생하게 깨어있다고 느낀다.

깨어있다는 감각은 너무 귀한 것이다. 이 귀한 마음을 누구와든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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