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적힌 책을 내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여러 번 상상을 했다. 남편이 떠나고 그 상상에는 다른 장면이 붙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빈 첫 장, 나는 거기에 남편의 이름을 넣고 싶었다.
남편은 누구보다 나의 글을 좋아해 주었다. 나랑 페이스북 친구도 아니면서 가끔 내 글을 가져다가 친한 선생님께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고 했다. 잘 쓴 글도 아닌데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몇 번씩이나 꺼내 읽었다고 했다.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쓰다 보니 턱을 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숱 많던 고개 숙인 정수리.
그래서는 아니었지만 나는 더 잘 쓰고 싶었다. 늘 더 잘 쓰고 싶었다. 누구보다 잘 쓰고 싶고 그런 게 아니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인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쓰고 싶었다. 내 마음을 쓰고, 써서 그게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내 마음도 알고 네 마음도 알고 이 세계도 알고 싶었다. 그렇게 십 년 넘게 무언가를 썼다. 그렇게 썼던 것들을 모아 책을 내게 되었다.
처음 계약을 하고 글을 정리하면서 나는 첫 번째 페이지에 새겨질 남편의 이름을 상상하며 혼자 몇 번이나 울컥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할 나의 가족, 동화와 지호에게’
나는 이런 인사를 넣고 싶었다. 자랑스러워할 만큼 대단한 일이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결국 이 인사는 넣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책을 내는 나의 첫 마음이 그렇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할 나의 가족, 동화와 지호, 동화와 지호, 그런 마음이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나인가?’ 생각하는 바로 당신, ‘나는 아니겠지.’ 생각하는 바로 당신도. 너 맞어. 우리가 언젠가 마음을 나눈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너무 고맙다. 정말 고마워.
우리 동화 이 책 직접 받았으면 너무 감격해서 기절했을 듯, 동네방네 사람들 모두 불러서 잔치 열어줬을 듯. 고마워. 당신 마음 내가 다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