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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Feb 07. 2022

점점 더 내가 되어간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 항상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도대체 뭐냐 묻는다면 그 기준이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것을 모두의 좋은 것이라 주장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쑥스럽다. 사실 잘 모르겠기도 하고. 어쨌든 집에 혼자 앉아있을 때도 자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부끄럽고 싶지가 않다. 나는 그들이 보다 떳떳하고 기쁘게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당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빚지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빚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마음을 닦는 것, 나는 그런 방식으로 애를 쓴다. 무슨 램프의 지니 같은 헛소리냐 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 같다. 마음을 열심히 닦는 사람. 이틀만 청소를 걸러도 방바닥에 먼지가 뽀얗다. 사흘째 되는 날 바닥을 닦으며 무지막지한 먼지들을 목격한 나는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를 반복하며 엄청나게 반성한다. 진짜 매일 청소해야지 다짐한다.
마음도 그렇게 매일 닦아 줘야 하는 것. 어디 먼지 낀 곳은 없나 살피고 털어줘야 하는데 자주 안 털면 나중엔 검불이 붙고 불어서 안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집 청소보다 어려운 점이다. 막히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게. 그렇게 마음을 닦고 서로 비춰봐야 한다. 보이지도 않고 보여지지도 않는 게 마음이지만 그래도 먼지 낀 마음보다는 잘 닦은 후에 마주 보아야 오해 같은 바보짓 않고 서로의 진짜 마음을 볼 수 있지 않겠나, 아무래도 그쪽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2012. 12. 19


  동안  일기를 다시 정리하다 보니 그간  많은 다짐들을  왔구나 싶다. 그중 가장 자주한 다짐은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마 어렸을 때 들었던 몇 번의 칭찬이 가져온 부작용인 것 같다. 착하다는 칭찬을 듣고 착한 건 좋은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중학교 때 읽은 몇 권의 책들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더 단단하게 해 줬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이란 너무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나는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나로 인해 상처 주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주고 싶지 않아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게 상처라는 걸 이제는 알지만 뻔히 알면서도 상처 입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방식이 옳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마음 편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위에 옮겼던 일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가슴을 쫙 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나의 자랑이 된다고 내 가슴이 쫙 펴지나? 그렇다고 내 인생이 자랑스러워지나? 돌아보면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누가 누구의 자랑이야, 그건 주변 사람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일이었다. 우리는 각자 주어진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 길에서 서로 운이 좋으면 교차해서 지나갈 뿐이다. 우리의 인생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 위안을 주고받는 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싶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는 건 나에게도 사과할 일이다. 나를 그런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려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나로서 사는 것뿐이야,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 때문이 아니라 어찌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니까 나로서 내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나는 용도가 없다. 조건 없이 나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갈수록 점점 더 내가 되어 간다. 나를 한가운데 두고 나의 중심으로 분명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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