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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Nov 16. 2019

디저트로 세계 정복 - 밀크티부터 마카롱까지

무지갯빛 음식 일기 - 무.음. 일기

 당신은 단 것들을 좋아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안타깝지만 단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늘 이 글을 다 읽어 내려가는 게 힘들지도 모른다. 보기만 해도 당 수치가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단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환영이다. 세계 곳곳의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테니. 나 또한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를 볼 때면 내가 그것을 알든 모르든 입에 침이 고이고 괜스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단 것들은 지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우울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디저트들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건 모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엄청나게 좋은 퀄리티로! 정말이지 유럽 어느 나라를 가서 빵을 먹어도 우리나라 빵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다이내믹한 맛이 나면 낫지, 그들의 빵보다 심심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미 유행한 지는 오래됐지만 마카롱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마카롱 그 자체로 유명해지더니 이제는 '뚱카롱'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마다 특색 있는 마카롱을 만들어내 큰 인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마카롱의 고장인 프랑스 어느 곳에서도 뚱카롱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사실 파리에서 마카롱을 먹으며 한국의 마카롱이 떠오르는 그런 웃기면서도 슬픈(?) 경험도 했었다. 그만큼 지금은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가 어마 무시하게 많지만 그 디저트들이 모두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는가? 일주일 간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외국의 골목 어느 카페(유럽이든 미국이든 어디든 상관없다)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디저트 타임을 만끽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보자.




1. 중국의 밀크티

일단은 우리와 가까운 중국부터 가보자. 중국에 아주 오래전부터 차 문화가 형성되어 있던 건 다들 잘 알 거다. 실제로 중국에 가보니 사람들은 항상 식사 중에도 따뜻한 차를 마셨고(한여름에도 따뜻한 차를 주는 건 얼음물이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고역이었다) 식사 후에도 후식으로 또 차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신기했던 건 차가 워낙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커피를 한국인들처럼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참고로 '커피 공화국' 한국에서는 성인 10명당 9명이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 물론 항상 기름진 음식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피 자체가 차에 비해 비싸서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차를 많이 마시게 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차 문화가 현대에 와서는 더욱 발달해 디저트 사업까지 발을 넓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현재 중국 거리를 걷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이 마주칠 수 있는 밀크티 가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물론 최근에는 한국에도 밀크티 가게들이 많이 들어온 걸 볼 수 있지만. 특히 아주 최근에는 흑당 버블티가 정말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흑당의 인기에 힘입어 밀크티 전문 가게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흑당 시리즈가 많이 출시됐는데, 주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제 '마라 흑당 맛'만 나오면 유행의 끝을 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중국의 밀크티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어마 무시하게 많다. 


가장 유명한 아이. 위에 치즈 폼이 올라가 있다.


차 종류 자체도 우롱티부터 녹차까지 매우 다양하고 그걸 먹는 방법 자체도 가지각색이라 매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밀크티가 들어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 차 문화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중국에 가게 된다면 어떤 조합으로 밀크티를 먹을지 미리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지 않고 모든 종류의 밀크티를 먹으려고 한다면 아마 한국에 오랫동안 못 돌아올지도 모르니. 



2. 스페인의 추로스

나는 어렸을 적에 놀이공원에 가면 꼭 추로스를 먹어야 했고, 그 때문에 추로스가 놀이공원에만 있는 그런 음식인 줄 알았다. 어느 국가의 음식이라는 개념 없이 어린 나에게는 추로스가 놀이공원에서 만든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2n 년 동안 설탕 듬뿍 뿌려진 얇은 추로스만 보고 살아왔던 나에게 스페인의 추로스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몇 년 전 모 연예인이 한 프로그램에서 바르셀로나의 추로스를 소개했었고 이것이 상당히 인기가 있었는지 스페인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하나 같이 000이 간 추로스 집이라고 하면 안다며 똑같은 추로스 집을 소개해준 적이 있었다. 사실 여행을 가기 전까지 스페인까지 가서 추로스를 먹어야 하나라는 일종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마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같이 바르셀로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 정도로 여기기에 반은 자의로 반은 타의로 가게 되었다. 가게에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 모든 한국인들이 모여 있던 그 주변은 나의 호기심을 저하시켰지만, 막상 먹어보니 생전 처음 맛본 추로스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곳은 실망시키지 않는다며 친구와 얘기한 건 비밀.


마드리드의 한 추로스 카페.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이 곳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던 것은 바로 추로스를 핫초코에 찍어먹는, 스페인에서는 아주 대중적인 방식의 추로스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으로 갓 뽑아낸 추로스를 진한 코코아와 함께 마시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라고 한다.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걸 해장용으로 먹는다는 것이었지만. 한 번도 설탕이 묻어있지 않은 추로스를 본 적 없던 나에게는 그냥 추로스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저 가게에는 안에 크림을 넣어서 파는 설탕 묻은 추로스들도 있었고 종류가 매우 다양해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의 추로스들도 있었지만 이후 다른 식당에 갔을 때는 핫초코와 먹는 추로스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스페인 사람들에게 추로스는 디저트이자 아침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침으로 꼭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아침으로 먹는 든든한 한 끼가 바로 추로스인 것이다. (참고로 추로스는 중국에서 아침으로 자주 먹는 요우티아오라는 빵이 포르투갈로 건너가 이것이 변형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당연히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는 추로스를 아침으로 먹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곳이 많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추로스를 간단한 디저트로 생각하기에 디저트로 소개했지만 스페인에 가서 아침으로 추로스를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들이 아침을 먹는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 스페인 사람들도 아침으로 밥 먹는 한국인을 이해 못할지도 모르니. 다만 아침으로 추로스를 먹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핫초코를 너무 많이 찍어먹지 말기를 바란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점심까지 속이 안 좋을 수도 있다. 



3. 프랑스의 마카롱

마카롱은 이제 워낙 유명한 디저트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굳이 말을 안 해도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맛인지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마카롱을 정말 좋아했던 나는 마카롱의 본 고장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파리에 가서 마카롱을 먹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나 맛있는데 원조는 얼마나 더 맛있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에서 마카롱 먹었지만 글쎄, 그렇게 까무러칠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항상 먹던 마카롱 맛이었달까. 난 한 입 베어 물고 황홀함에 가득 차게 될 모습을 상상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에 최근 뚱카롱이다 뭐다 해서 쑥 마카롱이니 인절미 마카롱이니 한국 사람들 입맛을 저격하는 맛있는 마카롱이 얼마나 많지 않은가. 하지만 다양성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까무러칠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확실히 프랑스 어느 곳에서 먹든 맛의 차이가 얼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본이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PAUL이라는 프랑스 빵집에서 먹은 마카롱


이쯤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밝히자면 사실 마카롱의 본 고장은 프랑스가 아니라 이탈리아라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검색하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이 프랑스의 국왕에게 줄 혼수품 중 하나로 마카롱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 어쩌다가 이탈리아의 마카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의 마카롱이 유명해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먹었던 디저트 중에서는 에끌레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마카롱아 미안) 그러나 마카롱에 대한 의견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고, 절대로 프랑스의 마카롱이 맛없다고 한 적 없으니 오해 말길! 프랑스의 마카롱은 어딜 내놔도 더 나으면 낫지 절대 뒤처지지는 않는 맛이니 프랑스의 마카롱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지난 5회분의 글을 쓸 때도 항상 행복해하며 썼지만 유난히 이번 글은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술술 써내려 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분량의 문제로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지만 디저트 얘기는 3박 4일을 해도 끝이 없을 테니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 아직 나에게는 남은 디저트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디저트만을 먹고살 수는 없으니 어쩌겠는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디저트 얘기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보고 싶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시점이 딱 점심시간인데, 오늘은 다들 점심 후 간단한 디저트 타임을 가지며 달달한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이 어떤지. 




배경 사진 출처: https://www.cloudykitchen.com/blog/new-years-macarons-with-vanilla-bean-swiss-meringue-buttercream-and-pop-rocks?utm_medium=social&utm_source=pinterest&utm_campaign=tailwind_tribes&utm_content=tribes&utm_term=572988938_21230644_8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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