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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Nov 09. 2019

파란색이라고 겁먹지 마세요

무지갯빛 음식 일기 - 무.음. 일기

결국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파란색 음식 주간이 오고야 말았다. 처음 글을 기획한 순간부터 파란색 음식을 쓰는 게 힘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음식을 정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예전에 그런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일명 '식욕감퇴 짤'이라며 다이어트에 유용하다나 뭐라나. 말 그대로 식욕을 감퇴시켜줄 수 있는 사진이라는데 모든 음식에 파란색을 입혀놓은 게 다였다. 주변에서 하도 봐야 한다고 하길래 '나는 왠지 괜찮을 것 같은데?' 하며 약간의 허풍을 떨기도 했으나 직접 사진을 보니 정말 내가 아무리 좋아하던 음식이라도 전혀 식욕이 당기지를 않아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왜일까. 같은 음식이고 모양도 내가 아는 모양인데, 색이 달라졌다고 이렇게까지 느낌이 다를 수가 있나. 그 이후로 한 번도 파란색 음식이 존재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찾아보려 노력도 하지 않았었다. 최근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해보니 사람들이 색깔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파란색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음식을 팔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파란색 음식을 만들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원래부터 파란색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는 없을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색을 갖고 자란 식재료는 얼마나 억울할까. 괜히 식재료에 감정 이입해서 생각하다 보니 이름부터 '블루'가 들어간 음식이 문득 떠올랐다. 바로 이름부터 나 파란색 있어요!라고 외치는 블루치즈. 치즈라고 하면 노란색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지난 회차에서도 초록색 음식이 아니라 초록색 병을 소개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덧붙이자면 아예 파란색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루치즈가 익숙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처음 들어본 분들도 있을 테지만 내가 억울할 블루치즈를 대신해 얘기해보려 한다. 사실 나도 그리 썩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보기에 이상하다고, 냄새난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강렬했던 첫 만남

지금까지의 회차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회차를 통틀어서도 아마 이만큼 강렬했던 첫인상은 없었고, 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 블루치즈를 먹었던 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친한 언니네 놀러 가서 와인을 마시는데 안주가 필요했었고, 언니가 행사로 싸게 산 치즈들이 있다며 우리에게 자랑하며 가져다준 것이 화근이었다. 치즈의 치 자도 몰랐던 우리는 치즈가 다 비슷하지 뭐~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모든 종류의 치즈를 세팅했는데 유독 튀는 아이가 있었다. 모험심이 강했던 나는 모든 치즈를 먹어보겠단 생각에 특이한 치즈를 먼저 선택했고, 그것이 블루치즈인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너무 향이 강하고 이상해서 우리 모두 도대체 이게 뭐냐며 짜증 냈었는데, 마치 처음 두리안을 먹을 때의 상황 같았달까. 예전에는 내가 냄새나는 것들도 모두 잘 먹을 줄 알았으나 그건 아니었나 보다. 아무튼 두리안만큼 강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블루치즈를 먹기엔 내가 아직 입맛이 너무 어렸었던 것 같다. (같이 있던 다른 언니는 맛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블루치즈와의 첫 만남이 이때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블루치즈에 대해 찾아보니 치즈를 활용하여 정말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유럽 사람들이 치즈를 많이 먹기도 하거니와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고르곤졸라가 놀랍게도 블루치즈의 한 종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블루치즈의 만남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더 나아가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블루치즈는 안 먹어봤다고 생각했었는데 본인도 모르는 새에 이미 블루치즈를 먹어봤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누구든지 나 블루치즈 먹어봤는데 괜찮더라!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 여기서는 요리가 아닌 생 치즈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 참고로 네덜란드에서 먹었을 때 너무 충격받았었는지 사진 한 장 없지만 그곳에서 팔던 치즈도 밑에 사진 같이 비닐로 포장되어 있던 모양새였다. 겉보기에는 맛있어 보이지 않나.


(출처: https://dutchmeadowsfarm.com/store/product/mist-o-bleu-goat-cheese)


당신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처음 블루치즈를 본 사람들은 그냥 치즈 같이 생겼는데 블루가 도대체 어디 있냐고, 블루치즈라길래 치즈가 온통 파란색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블루치즈가 '블루'치즈가 된 이유는 바로 치즈 안에 들어있는 곰팡이가 치즈와 묘하게 어우러져 파란빛을 띠거나, 혹은 대리석과 같은 모양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곰팡이라고 하면 보통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당연히 이 안에 들어있는 곰팡이는 페니실린 균으로 먹어도 괜찮은 아이라고 한다. (페니실린 균에 대해 엄청나게 조사해봤지만 문과인 내가 알기엔 복잡한 용어들이 많아 중간에 해석을 포기했다. 혹시나 페니실린 균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어쩌면 나에게 안 맞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시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블루치즈 안에 곰팡이가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제조 과정이 매우 궁금했었다. 나의 정말 얕은 지식으로는 치즈 안에 곰팡이가 들어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했던 것은 반죽 상태에서 곰팡이 균주를 넣고 숙성시키면 위와 같은 블루치즈가 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유럽에서도 블루치즈를 역한 냄새 때문에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내가 살던 네덜란드는 그들의 고다치즈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치즈를 많이 먹어서 한국에서와 달리 작은 슈퍼에서도 엄청난 종류의 치즈를 저렴하게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시내로 나가면 치즈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도 많았고, (주말마다 2+1으로 치즈를 사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치즈와 빵만 들고 와서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도 많이 봤었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리 냄새가 나는 블루치즈라고 해도 다들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나 보다. 우리도 모두가 홍어를 좋아하고 잘 먹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치즈를 많이 먹어도 냄새나는 건 똑같겠지. 실제로 내 외국 친구에게 블루치즈를 좋아하냐고 물어봤었는데 본인은 냄새가 나서 별로 안 좋아한다는 답변을 들었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블루치즈 자체로는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도 그들은 블루치즈를 이용한 요리를 어마 무시하게 많이 해 먹는다는 점이다. 까르보나라에 넣어 요리하는 경우도 있고, 드레싱부터 맥 앤 치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음식들도 많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이나 핀터레스트 등 아무 사이트나 좋으니 blue cheese를 검색해볼 것. 내가 몰랐던 치즈의 세상이 이렇게나 컸음을 알게 될 것이다. 


Pinterest에 검색한 결과. 이 밑으로도 정말 레시피가 많다


제 아이들을 소개해드리죠

블루치즈에 대해 접해보기만 하고 냄새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이건 내 입맛이 아니다는 이야기만 하다가 글을 쓰기 위해 자세히 조사해보던 와중에 충격적인 비주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유로 위와 같은 제목을 쓰게 되었는데,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지금부터 소개할 치즈들은 모두 블루치즈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블루치즈에는 다양한 종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비주얼은 바로 이름부터 이상한 '블루 브레인(Blue Brain)'이라는 치즈이다. 말 그대로 생긴 모양이 사람의 뇌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정말 밑에 사진 같이 생겼다고 한다.

(출처: https://i.pinimg.com/originals/25/a1/8a/25a18a0650a5f5fd1cc13527fcc5ed27.jpg)

이런 치즈가 있다는 것을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탓인지 처음 발견하고는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무슨 맛일까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놀라운 점은 블루 브레인의 향이 비교적 덜 강하기 때문에 블루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잘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맛이 매우 깊어서 실제로 (아마 외국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종류의 치즈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먹기 전까지 징그러워할 것 같긴 하다. 


블루 브레인 얘기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블루치즈 종류 중 가장 유명한 아이는 바로 고르곤졸라이다. 우리에게는 고르곤졸라 피자로 더 유명하지만 피자의 이름 자체가 고르곤졸라 치즈를 따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고르곤졸라도 생 치즈는 국내에서 쉽게 보기가 힘들지만 나도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고르곤졸라 피자는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피자에 올라가는 치즈도 숙성 정도에 따라 돌체와 피칸테로 나뉜다고 하는데, 사실 그걸 구분해서 맛보기는 쉽지 않을 거다. 특히나 피자에 올라가는 경우에는. 고르곤졸라가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이유는 꿀에 찍어먹을 수 있어 달콤함과 짭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우리가 그동안 먹어왔던 피자와 달랐기 때문인데 고르곤졸라 치즈 자체도 꿀과 잘 어울린다고 하니 블루치즈보다는 쉽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밖에도 블뢰 도베르뉴, 로크포르 등 다양한 종류의 블루치즈가 있으나 고르곤졸라를 제외한 종류들은 접하기 힘들기도 하고, 정보 자체도 적어 소개하기 힘들 듯하다. 블루치즈가 궁금한 분들은 고르곤졸라부터 도전해보면 어떨까. 덧붙여서 블루 브레인을 드셔 보신 분들은 댓글로 후기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글을 쓰고 나니 내가 블루치즈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 냄새나는 음식으로 단정 지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리 블루치즈의 향이 강하고 이상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와인과 먹으면 최고의 조합이라고 얘기하는 그런 치즈인데.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깊은 맛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은 이상한 맛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또 좋아하게 될지 어떻게 아는가! 그때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얘기하고 다닐 수도 있다. 결론은 우리 모두 이름이나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자는 것. 물론 처음엔 힘들겠지만 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 있는데 한 번쯤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블루치즈를 저렴하게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다음 와인 안주로 블루치즈를 먹어보는 건 어떤지. 먹다가 포기하고 싶으면 다양한 요리에 넣어 먹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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