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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Mar 01. 2022

책상 옆 재택 메이트

- 헬레루보스 편

요즘 재택근무하시는 분 많으시죠?

저도 한동안 회사 출근을 했었는데, 코로나 시국도 시국이고

팀에 '리모트 워크'를 적용한다는 대표님의 말씀 아래

다시 집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리모트 워크'가 꼭 재택만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가 조금은 가라앉기 전까지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일하는 건 힘이 들 것으로 보여요.


지난 재택근무의 기억이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논리적이지 않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고,

답답함과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효율도 떨어졌어요.


그래도 지금은 이사를 해서 그 당시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지옥철을 피할 수 있고, 직장 내 일어나는 괴롭힘을 피할 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 아낀 출퇴근 시간을 운동, 취미 활동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저는 

혼자 밥을 먹고, 오후 두 시 즈음 시작되는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참 힘들어요. 


그렇다고 팀원들한테 화상회의를 켜놓고 일하자고 할 수도 없고,

할 일이 있으니 친구들에게 전화도 할 수가 없죠.

그래서 책상 옆에 재택 메이트를 두기로 했어요.

이번 주를 함께 할 재택 메이트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게요.




이 작고 귀여운 친구의 이름은 '헬레루보스'예요.

꼭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 이름 같지 않나요?

조금 더 상상을 더해보자면 이른 봄, 식물들을 깨우는 역할을 하는 신 같아요.

제가 이번에 데려온 친구는 잎이 녹색이 많이 도는 흰색이지만, 

버건디, 보라, 분홍색인 친구도 있다고 해요. 

미니장미와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로즈'라고도 불린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헬레루보스의 매력은 두 가지예요. 

첫째로는 자연스러운 색감과 마음대로 흩어져있는 꽃 머리 모양이에요. 

다른 꽃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자유분방한 모습에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해진답니다. 

두 번째 매력은, 꽃말이에요.

헬레루보스의 꽃말은

'나의 불안을 잠재워줘'

'나의 마음을 달래줘'

라고 해요.

위에서 보는 모습도 귀여워요.

이런 요청형의 꽃말은 처음이라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재택근무 중에 자주 불안을 느끼는 저에게

딱 맞는 꽃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무를 하다가 문득 불안해질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기다리는 연락이 오지 않을 때.

살짝 손을 뻗어 책상 옆에 있는 

재택 메이트의 잎을 만지곤 한답니다.

살짝 만져도 바람이 부는 듯 꽃들이 살랑거리는데요.

그 모습을 잠깐 보고 있으면 금세 마음이 차분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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