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질감, 무게. 냄새를 가진 것들이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물성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손에 만져지는 감촉은 다 다르지만 이 물건들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같은 모양과 온도로 변하기 때문이다.
위에 나열한 물건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다. 동료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듯 다정의 물성을 가진 물건들을 건넨다. 이런 다정쯤은 집에 쌓여있다는 듯이 쉽게. 그 동료를 보고 있으면 역시 다정은 타고남의 영역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정은 품이 든다는 점에서 노력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다정한 사람에게 물으면 아니라고 손을 저을 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 사람이 품이 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정에는 어떤 품이 들까? '아 이 사람 이거 필요하댔는데'하는 기억력과 '이거 그 사람 취향일 텐데?'하는 추리력과 '이러면 혹시 불편해 하려나?' 하는 두려움을 뛰어넘을 용기와 또 이 모든 것에 들일 시간, 그리고 그 다정에 물건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살 돈이다.
여러모로 품이 들었을 그런 다정이 나에게 도착할 때면, 마음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열린 곳으로는 따듯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옆자리의 동료가 다정하다는 건 매일 그런 바람을 쐰다는 것이다.
그 바람 속에서는 설탕 가루들이 뭉쳐 솜사탕이 되듯 서서히, 하나의 마음이 실타래처럼 뭉쳐진다.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