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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Jan 24. 2022

[리빙포인트] 울기 좋은 때를 알려드려요.

[오늘 왜 울었나요?] #3. 꿀팁 대방출

내가 아직 학생일 때, 집에는 가족이 있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거리에도 사람이 너무 많다고 느꼈을 때. 나는 울음 부스 사업을 구상했었다. 울 곳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직장인이 되었고,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울 구석을 많이 얻게 되었다. 방음이 좀 걱정되지만. 그런데 이제는 울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슬픈 감정은 자주 걸림돌이 되어서 울기 시작하면 해야 할 것을 못할까 봐 울기가 망설여진다.


그런데 얼마 전 울기에 시간적으로도 장소적으로도 좋은 포인트를 찾았다. 그건 바로


"설레는 일정을 위해 샤워를 할 때"이다.


때는 바야흐로 바로 어제다. 제목이 귀여운(머핀과 치와와) 연극을 보러 가기 위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 늦봄과 여름에 헤어졌던 두 사람이 떠올랐다. 습관적으로 울음을 꾹 참았는데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등에는 따듯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고 닫힌 창문으로는 파란 하늘이 어른거렸다. 샤워가 끝나면 잠시 후에는 연극을 보러 나설 것이다. 든든했다.


울어도 괜찮다고 판단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해졌다.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나서, 언젠가는 떠나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닐 거라 믿었는지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주 이게 꿈 아닌가 생각했다. 곧 그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아주 오래도록 꿈속에서 할머니는 여전히 산 사람이었고, 그 사람도 매일 볼 수 있는 사이였다.


반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꿈에서도 당신이 죽은 걸 안다. 꿈에서도 우리가 헤어진 줄 안다.


이제 두 사람과의 이별이 무의식에도 도달을 했구나. 생각했다.

조금 뿌듯하고 아주 슬펐다.


설레는 일정과 따듯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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