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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Sep 08. 2020

피칸 타르트를 선물하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마음, 공부하는 마음






어떤 존재를 좋아할 때 우리는 가끔 공부하는 마음이 되곤 합니다.

너의 이때까지의 시간은 어땠고 앞으로는 어떤 시간을 그리고 있는지.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너와 함께 어떤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지 상상해봅니다.


너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건 수학의 정석을 공부하는 마음과는 다릅니다. 모든 공식을 이해하고 모든 문제를 풀수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그런 마음가짐과는 다릅니다. 그런 거창하고 틈 없는 목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너의 모든 시간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네가 먹지 못하는 것과 좋아하는 노래, 싫어하는 날씨와 아끼는 단어들을 모두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또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공부는 끝나지 않겠지요.


다만, 견과류 알러지가 있는 너에게 피칸 타르트를 선물하지 않기 위해

연두색을 좋아하는 너에게 늦봄, 청보리가 만연한 가파도 여행을 묻기 위해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너에게 육교가 없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눈을 좋아하는 너에게 지금 눈 온다?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싫어하는 것들과 멀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에게 조금 더 평안할 수 있도록  


나는 너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이 되곤합니다.



소세지x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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