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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Sep 15. 2020

6평짜리 게스트하우스

좋아하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안녕? 기다렸어.




졸업을 하던 가을, 얼떨결에 취업을 하여 서울에서 지내게 되었다. 비교적 빠른 구직이었다. 당시 친구들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했고 자주 우리 집에 묵었다. 6평이 좁은 줄도 모르던 그때의 나는 2명의 친구를 초대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내 작은 방은 게스트하우스가 되었고 친구들은 나의 이름을 따 내 방을 '밍게하'로 불렸다.

때로는 한 달, 두 달씩 친구들이 지내고 가기도 했다. 친구들은 스터디를 나가고 늦은 시간까지 면접을 준비했다. 나도 정신이 없었다. 모르는 일이 많았고 어려운 사람들 많았다. 회식에서 막말 몇 마디를 듣고 온 어느 새벽,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는데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엎드려 교안을 짜고 있는 친구를 보자마자 엉엉 울음을 토해냈다. 누구 앞에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처음이라서 조금 울고 나니 웃음이 나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친구의 얼굴에도 조그맣게 미소가 떠올랐다.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나의 방은 게스트하우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고 또 엉망이지만 이상하게 친구들이 들어찰 때 가장 넓었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좁고 얕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에 힘입어 조금 틈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겨울부터 지금의 가을까지, 밍게하의 문은 오래도록 닫혀 있다. 사람 만나기가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헤드라인이 즐비하지만 지나갈 것이라고 단단하게 믿으면서. 다시 밍게하의 영업이 재개되기를, 혼자도 비좁은 방에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사람들이 들이차기를 바라고 있다.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그 날이 오면 이렇게 담백하게 말하고 싶다. 마치 어제 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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