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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Feb 26. 2021

당신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가요?

[말돌시] 성림, 하나

[하루 한바닥 프로젝트_소설v.01]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성림, 하나


별 밝은 밤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별은 죽었어도, 사성이 되었어도 그 사성의 빛은 여전히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다던 너의 그 말. 

그 아이의 이름은 명해, 

밝을 명자에 바다 해자를 썼지만 본인은 자신의 명자가 이름 명자이길 바랐었다. 

이름의 바다가 되고 싶다고, 많은 사람들의 결을 느껴보고 싶다고.

나는 이름의 바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멀미가 났었는데 

결이라는 단어도 왠지 낯간지럽고 그랬었는데

이제 와 궁금해진다

네가 만져본 나의 결은 어땠었니





너는 이제 오지 못할 제주에 너의 편지와 우리의 lp판이 느지막하게 도착했다. 그 편지를 받자마자 뜯어 읽고선 편지함에 넣어두고, 가게 문을 닫고, 너와 내가 lp가게에 가서 lp집만 보고 산, 한 번 듣고는 눈을 마주하며, 안 들은 귀 사고 싶다. 라고 말했던 그 lp판을 크게 틀었다. 나 놀리려고 보낸 것일 테니 실컷 놀림받아주기로 했다. 하루 종일. 

이것이 귀의 일. 

그리고 나무반지를 만들었다. 누구도 끼지 못하게 아주 작거나 아주 크게 

이것은 손의 일.   

그리곤 내 신체라고는 귀와 손 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다른 감각들을 재우고 깨지 않길 바랐다. 이렇게 달이 밝게 뜰 때까지. 아니, 그것보다 더 오래. 하지만 그것들은 노을이 들 때쯤 뒤척거리더니 달빛에 몸을 일으켰다. 마치 늑대처럼, 날이 잔뜩 선 감각들이 나를 두드렸다. 온 몸이 움푹 파이고, 그 패인 자리마다 너의 단어들이 박혔다. 열이 올라 마당 가 쪽에 세워 둔 의자를 가져와 마당 한 가운데 앉았다. 밝은 달빛에 잔뜩 부끄러워졌지만, 수치심으로 생각을 재울 수 있다면 수치심 따위야.


안녕? 이라고 시작하는 너의 편지,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 말이나 늘어놓아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너의 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아버릴 수 없는 문장으로 가득했던 너의 편지. 너의 편지를 읽을 때면 항상 정말 너 같은 편지를 쓰는구나. 하고 속으로 되뇌곤 했었다. 나와 결이 너무 달라 감당이 안 되는 너,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아버릴 수 없게 아름다운 결로 가득했던 너. 오늘은 달이 이리 밝은데도 너의 말이 자꾸만 찾아온다. 별들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는데도.


내일은 명월이 오는 날이다. 기어코 그 길을 걸어보겠다고. 네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그 길을 걸어보겠다고. 같이 가자는 그 아이의 말에 그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 나의 입이 수치스러웠다. 


이런 밤에, 이런 달이라니. 

잠을 자야하는데 이런 달빛에는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어떤 달빛은 햇빛보다 밝기도 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말을 네 앞에서 뱉었다면 글은 내가 쓰는데 왜 멋진 말은 네가 다 하냐고 나를 나무랐겠지. 그런 나무람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분명 그 때도 알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후회스러운지 모르겠다. 후회할 것도 없는데 후회가 된다면 그런 마음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야하는 걸까

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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