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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Aug 23. 2021

오늘 왜 울었나요?

울음 탐구 에세이 [오늘 왜 울었나요?]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무그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건네며 시작하는 글은 오랜만인 것 같아요. 항상 진지한 독백체의 글을 올리곤 했는데, 오늘 이렇게 넉살을 부리는 이유는 제가 새롭게 써보려 하는 에세이 시리즈를 소개하고 싶어서예요. 에세이 시리즈의 제목은 <오늘 왜 울었나요?>입니다. 잘 울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낯선 질문일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주 잘 우는 사람입니다. 자주 가던 빵집이 폐업을 해도 울고, 대학 때 수업이 종강하는 날도 몰래 눈물을 훔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도 울고, 또 방금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꽃집 사장님과 휴대폰 가게 사장님이 물 호스를 가지고 장난치시는 걸 보는데도 왠지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눈물이 잦은 저에게도 사실 '오늘 왜 울었나요?'라는 물음은 낯선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이걸 나한테 열심히 물어봐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되었어요. 왜 다짐했냐고요?


얼마 전 상담을 받았어요. 테라스의 자갈밭을 지나 밝은 색 문을 열고 들어간 상담실 내부가 어둑했어요. 보드라운 소파에 앉아 어색하게 방 이곳저곳에 시선을 두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안부를 묻듯 상담이 시작되었어요.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음, 한 시간 정도는 울먹거리며, 또 나머지 삼십 분 동안은 울면서 말을 했어요. 선생님이 그럴 때마다 '민경 씨, 지금 울컥하셨는데 어떤 감정이에요?', '지금 눈물이 흐르시는데 어떤 마음인가요?'라고 물으셨어요. 거기에다 저는 '저는 원래 잘 울어요.'라고 답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죠. 상담이 마무리되고 선생님께서 몇 가지 말씀을 건네주셨어요.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마음에 힘이 있어서 괜찮을 거라며 저를 지지해주시는 말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를 당부해주셨죠. '민경님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에요, 울음에 대해 질문할 때 그냥 잘 운다고 답하셨는데, 그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해요.'


머리가 뎅-하고 울리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제가 제 감정을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문제라고 생각했죠. 눈물이 나는 건 저한테 조금 과장을 보태서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그걸 감정의 발현이라고 생각 조차 하고 있지 않았던 거죠. 어쩌면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제 비타민을 챙겨 먹듯 꼬박꼬박 저에게 물어볼 생각입니다. <오늘 왜 울었나요?>라는 제목을 정하면서도 '에이 설마 매일 울겠어?' 했는데 기록을 보니 지난 일주일 동안 정말 빠짐없이 매일 울었더라고요. (하루에 두 번 운 날도 있습니다;)


우울한 글들이 올라오겠군,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다양한 장면에서 울거든요. 그러니까 재미있는 글도, 웃긴 글도, 다정한 글도 모두 있을 거예요. 울음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글들을 쓴다고 생각하니 조금 설레네요. 조금 늦게 밝히는 감이 있지만, 사실 저는 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우는 걸 왜 좋아해?라는 질문에는 앞으로의 글들에서 조금씩 이야기해드릴게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글을 읽으시면서 나는 언제 울었더라..? 한번 시원하게 울어보고 싶구만, 같은 생각이 드셨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담긴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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