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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Sep 21. 2021

일상을 덜 우울하고 더 행복하게 만드는 사고법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디폴트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디폴트*야.


*디폴트 : 기본값


그걸 몰랐다고? 누군가 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저 문장의 발굴은 최근 어떤 발견 보다도 놀랍고 신선한 것이었다. 살다 보면 가끔 남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사실인 것을 어렵고 아픈 진실처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저 문장이 내게 흘러들어왔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최근 굵직한 변화 두 가지를 겪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예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는 같은 팀 동료들의 퇴사 소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깝게 지내던 사람의 이별 통보였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고 진심으로 이해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무력한 마음과는 반대로 평안했던 일상에는 다채로운 굴곡들이 새어 들어왔다.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곁을 채웠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꽤나 깊고 거친 구덩이들이 생겨났다. 잘 지내다가도 발을 헛디뎌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빠지기 싫어 안간힘을 쓰며 버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제 발로 그곳에 기어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보내는 일상이 불안했고 버거웠다. 환경 변화는 명백한 스트레스다. 그걸 자신이 선택했다고 해도 말이다. 나의 경우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일상이 달라졌고, 그래서 자꾸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모든 게 변한 기분을 느꼈다. 빈자리가 선명했고 쉴 새 없이 상실감이 몰려왔다. 마음에 깊은 슬픔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일상에서 새로운 기쁨을 만나도 마음이 아주 잠시 동안만 환해질 뿐 그 후 오히려 어둠을 직시하고 거기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조금만 힘든 일이 생겨도 쉽게 무너지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아주 조금 힘든 날.


회사 사정으로 월급이 제 날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전날부터 뻐근했던 목이 두통을 불러왔고, 다음 날 있을 미팅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거야' 나를 달래며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른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후딱 처리해놓고 카페로 향했다. 적당히 따듯한 색의 조명,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진 아기자기한 식물들, 지내온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낡은 가구들, 누구도 외롭게 두지 않는 수다스러운 사장님 그리고 온몸의 피로를 녹여주는 하얀 크림과 고소한 스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걸으니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벌써 가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날 카페는 휴무였다.


그 자리에 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하지만 길은 좁았고, 날이 더웠고, 이 저녁을 더 크게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무작정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갔고 달콤한 음료와 고소한 쿠키를 먹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진정된 마음으로 둘러본 카페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그레이톤의 인테리어가 안정감을 주었고, 창가 자리로 하늘이 잘 보였다. 한켠에는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 분위기가 차분했다. 쿠키를 씹으며 금방 이렇게 괜찮아질 걸 아까는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생각해보았다. 여름휴가 기간이니까 휴무일 수도 있고, 그 카페에 가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렇게 격정적으로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그 카페가 열려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근거는 하나. '내 마음이 그러니까'


하지만 세상의 디폴트 값은 그런 식으로 설정되어있지 않았다. 세상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고, 길가의 나무들, 걸어가는 사람들, 매일 뜨고 지는 해는 내 마음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세상이 내 맘처럼 굴러가지 않을 때, 그런 순간마다 우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불어 내 마음처럼 되는 순간, 그런 순간에는 우연 또는 마음을 알아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한껏 기뻐하면 된다. 그렇다면 나의 일상이 조금 덜 우울하고 더 기쁜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이런 사고방식이 요즘 내가 발견한 가장 분명하고 가까운 행복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디폴트야.
그러니 그런 순간에 우울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마음처럼 되는 순간에 충분히 감사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앞서 말했던 환경 변화에 의한 우울에도 더 이상 너무 깊게 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그러니 그들의 선택에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과 마음이 같은 곳을 향했던 한 시기, 그 시기의 내가 누렸던 행복을 소중히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오래 간직할 것이다.




+

그래도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이 자주 마주치기를, 순도 높은 행복이 내 일상 자주, 오래 머물러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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