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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Oct 21. 2023

3-1. 행복의 기억이

너를 지탱할 힘이 되기를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했던 생각은 단 하나. 걸을 수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이는 우리와 아주 짧은 시간을 보내다 이별해야할 지도 모르기에, 그리고 그 절반은 점점 약해지는 몸으로 가고 싶은 곳을 맘껏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내 머릿 속은 여행으로 가득찼다.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그리고 나중에 힘든 순간이 닥쳤을 때 그 기억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집착하듯 주말이면 일단 예약부터 하고 보고, 갑자기 훌쩍 떠나기도 하다보니 스마트폰 타임라인에는 수많은 지점들이 연결되어 가고 있다. 아이에게는 물에서 활동하는 것이 몸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물놀이는 필수로 일정에 추가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보지 못한 멋진 곳이 많이 있어 늘 저장해둔다. 시간이 나면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아이가 진단 받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강원도 고성 어느 바닷가에 놀러 가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좋아하던 기차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우리 뒤로 지나갔다. 완벽했던 날씨와 철썩이던 바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날의 기억. 문득 떠올리면 행복함이 퍼지는 그 날의 기억. 우리에게 슬픔이 닥치는 어느 날, 가만히 꺼내어 나누다보면 슬픔을 잠시간 잊을 수 있을 지도 모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주, 매달, 매년 조금씩 행복의 기억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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