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담 Oct 21. 2023

3-2. 우리의 여행은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혹시 소원을 비는 장소라도 있으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소원을 비는 시간을 갖거나 기원이 담긴 물건을 하나씩 사온다. 혹은 보름달이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즉석에서 달님에게 소원을 빌거나 우리나라 명절 중 대보름 같은 소원을 비는 날이면은 가까운 곳이든, 집에서든, 시간을 내어 소원을 빈다. 늘, 우리 아들 건강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소원을 빈다.


소망은 늘 마음 한구석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정도로, 큰 기대감을 불어넣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저 여행 중 재미있는 한 귀퉁이 정로로만 말이다.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조금 불안한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내고자 마음을 다잡으며 소원을 빌고 온다.


이번에 하동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예약하고 주변에 어떤 것들이 있나 살펴보다 보니, 삼성궁이란 곳이 나왔다. 아주 오래 전, 기도를 올리던 자리라고 한다. 어딘가 기운이 깃들어 있는 듯해보이는 조각 비석들이 곳곳에 숨어있었고, 산 언저리 그 넓은 곳에 신비롭게 돌이 쌓여 성을 이룬 모습을 보니 어딘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산좋고 물좋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니 얼마나 큰 기운이 서려있을까 생각하며 성을 오르는 길에 맘에 드는 돌을 하나씩 주워들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 우리 가족의 돌을 옹기종기 올렸다. 오늘도 소망을 담아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벅차게 만든 것은 우리 아이의 힘겹고 느린 걸음걸음으로 곳곳을 둘러 보고 내려온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작은 감동을 느낀 것도 같다. 물론 마지막 내려오는 길에는 그 동안 참아온 짜증을 분출하긴 했지만 너무나 기특했던 아이의 발걸음이었던지라 아빠에게 아이를 안아주길 요청하였다. 물론 꽤나 지친 것은 아빠도 매 한가지였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아이를 목마 태워주고 완주하였다. 스스로 이루어낸 그 날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이전 11화 3-1. 행복의 기억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