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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Feb 25. 2022

새벽에 홀로 앉아...


주위의 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나만 덩그러니 앉아 있는 새벽 찬 공기 속에서 어둠을 뚫고 빛이 안으로 비친다. 어둠은 서서히 밝아지고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적당한 빛으로 그림자를 만들고 나면 그 정도의 밝기를 유지하며 바람에 살랑거리기도 한다. 창문에 굴절되어 비치는 빛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볼 때면 아주 조용히 그 빛을 따라 내 눈빛도 흔들리게 된다.


몸을 웅크리고 조금 더 그 빛을 응시하기로 했다. 온몸을 파고드는 추위가 문지방을 넘어 방으로 들어갈 것을 염려해 방문의 이음새 부분을 철커덕 밀어 넣는다. 나만 이 빛에 취해 앉아 있자니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람 소리마저 친구가 되는 짙은 새벽에 잠이 오질 않아 청승맞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어렸을 때는 여덟 시도되지 않아 어두컴컴해지는 산골 마을이 싫었다. 가로등도 없이 백열전구 하나에 의존해 마당을 오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을뿐더러 힘겨워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난 밤을 찾아오는 어둠도 적막감도 무서웠다. 지금이야 마루에 새시가 설치되어 있어 바람도 막아주고 더위도 막아준다고 하지만 나 어렸을 때 시골집 마루는 이 추위를 문풍지 하나로 막아야 했다. 생활이 조금 피니 댓돌 아래로 삐잉 둘러 비닐로 가림막을 설치했다. 그런데 바람만 불면 펄럭거리고 집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전쟁이 난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새시로 바람을 막고 있지만 오래된 집은 겨울 추위를 또 문풍지 하나로 막고 있는 실정이다. 새파랗게 추운 불빛이 마루로 새어 들어와 나뭇가지의 긴 그림자를 끌고 들어오는데 이상하게 옛 생각이 떠돌아다니다 내 옆에 앉아 '지금이 그래도 좋긴 좋다' 조용히 읊조리게 된다.


이제 어둠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다. 가끔은 어둠을 뚫고 조용히 피어오르는 빛을 기다리고 서 있노라면 달빛에 반사되는 장독대에 내 어린 날의 추억이 뚜껑에 올라 기분 좋게 춤을 추며 일렁거린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랗게 파랗게 피어나는 새벽 불빛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내가 참 좋아 보인다. 그냥 좋다.


내 어릴 적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이 궁상맞은 시골 동네를 진즉에 떠나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부모님 집에서 내 어릴적 모습을 회상할 때면 마냥 좋기만 하다. 밤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꼬맹이는 새벽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푸른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졌다. 저 깊은 그림이 좋다.






#빛멍

#새벽그늘

#새벽에혼자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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