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찾기
오늘 내가 만난 세 가지 글을 기록하려고 한다.
'나무 의사' 우종영 작가의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책을 읽으며 참 좋은 책들을 추천받고 있다. 숲에서 속삭이는 사람이라는 뜻의 '포레스트 위스퍼러'라는 명함을 만든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이정록 시인의 '삐딱함에 대하여' 시를 글의 맨 앞에 문장에서 소개했다. 내가 좋아서 내가 행복해서 나만의 길을 만들다 보면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그 시선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나무 의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에 미친다는 건 스스로 그러할 수밖에 없는 자기 설득적 명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종영 작가는 이정록 시인의 글을 빗대어 세상에 하나뿐인 명함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소망한다. '네가 삐딱한 것도 좋은 열매란 증거야.' 이 문구처럼 말이다.
지구본을 선물 받았다.
아무리 골라도 삐딱한 것밖에 없더라.
난 아버지의 싱거운 농담이 좋다.
지구가 본래 삐딱해서 네가 삐딱한 거야.
삐딱한 데다 균형을 맞추려니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아버지는 맨날 술 드시고요?
삐딱하니 짝다리로 피워야 담배 맛도 제대로지.
끊어 짜슥아! 아버지랑 나누는 삐딱한 얘기가 좋다.
참외밭 참외도 살구나무 살구도
처음엔 삐딱하게 열매 맺지.
아버지 얘기는 여기서부터 설교다.
소주병이랑 술잔도 삐딱하게 만나고
가마솥 누룽지를 긁는 놋숟가락도 반달처럼 삐딱하게 닳지.
그러니까 말이다. 네가 삐딱한 것도 좋은 열매란 증거야.
설교도 간혹 귀에 쏙쏙 박힐 때가 있다.
이놈의 땅덩어리와 나란히 걸어가려면 삐딱해야지.
- 이정록의 시 '삐딱함에 대하여'-
말을 하듯 풀어낸 시를 쓰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꼬맹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들과 도서관에 들려 서로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에 읽은 이정록 시인의 '삐딱함에 대하여'가 수록된 시집을 찾아보고 싶었다. 몇 권의 이정록 시인의 시집을 책상에 펼쳐 놓고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술술 읽힌다. 아들이 어린이 열람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집중해서 볼 수는 없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을 만나니 시인에 대해 그가 쓴 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은 할 일 많고 즐길 것 많은 이 넓은 세상과 하는 너무 협소한 타협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내고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우물 하나도 팔 수 없는 역량으로 곤두박질칠 줄이야. 내가 팔 수 있는 우물이 있다면 지금은 그것이 간절하기만 할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끼를 즐기자
아무 목숨이나 잡아먹지 말자
우물 안 개구리처럼 푸른 하늘만 보자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별을 노래하자
하늘에 대고 둥근 나팔을 불자
꼭 하나, 내 우물은 내가 파자
별에게서 가장 먼 깊은 우물이 되자
그리고 옆으로 곁으로 우물을 잇대자
모든 별이 다 들어올 수 있게 한 우물만 파자
우주 안 개구리가 되자
- 이정록의 시 '나에게 쓰는 쪽지'-
아들이 있는 어린이 열람실로 내려와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북 큐레이션 된 책을 골라 들었다. 자웨이 작가의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이란 그림책이다. 타이어는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향해 달리다가 바위에 부딪혀 풀이 잔뜩 있는 들판에 드러눕게 됐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된 타이어는 자신의 여행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타이어 주변으로 작은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물이 고이면 개구리들이 수영을 했고 작은 동물들이 찾아와 타이어 위에서 함께 노을 지는 풍경을 감상하곤 했다. 타이어 안에서 새싹이 자라고 그 새싹이 자라 예쁜 꽃을 피웠다.
"이제 나는 몹시 가 보고 싶었던 세상을 점점 잊어 가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새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지요. 지금, 이곳에서 내가 무척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우린 그토록 원하던 것을 잃었을 때 얼마나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지금의 자신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새로운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그 행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있을까. 원하는 삶을 쉽게 접을 수 없기에 지금의 행복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변화는 지금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내가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 들여다보게 됐다.
나만의 꿈을 꾸는 것도 그 꿈이 빛날 수 있는 우물을 파는 것도 내가 살아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하지만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거부할 수 없고 그 안에 소록소록 피어나는 행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을 부인하면서 내 꿈을 좇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할 것이고 다소 늦더라도 나의 우물을 내 손으로 팔 것이다.
#오늘행복하기
#내일을향해애쓰기
#모두나에게필요하고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