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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Mar 04. 2022

따뜻한 눈

시골집 지붕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


“은하야 자니?” 부엌문 밖에서 작은오빠가 조용한 목소리로 잠든 동생을 깨운다. 꼬맹이를 재우고 옆에 누워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성대가 굵고 목소리에 울림이 있는 작은오빠는 아주 작은 소리를 낸다 생각했겠지만 고요한 마당에 잠든 요정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아니, 왜?” 묻고는 읽고 있던 책을 얼굴에 대고는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밖에 눈 온다. 너무 멋지네. 안 자면 나와 보라구.” 자상한 우리 오빠.


어깨에 담요를 걸치고 드르륵 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추웠는지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온다. 하늘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구멍을 열어 놓고 크고 흰 입자를 쏟아붓고 있었다. 손끝에 내려앉는 흰 가루는 어떻게 무게도 없이 떨어질 수 있었을까. 검은색 구멍은 너무도 커서 우리 마을을 덮고도 남았다.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소복이 쌓인 눈이 노랗게 빛을 보낸다.


뒷마당에 창고로 쓰는 방에 지붕 아래서 남편과 오빠는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멋지다. 참 좋다. 애들 내일 썰매 탄다고 하겠네. 밤에 눈 오는 풍경이 이렇게 멋있었어? 이야아 좋다. 세상에 태어나 밤에 눈 내리는 풍경은 처음 본 것처럼 온갖 형용은 신나고 정겹기만 하다.


눈이 온다는 소식에 손전등을 가지고 배창고로 나서는 아빠를 따라나섰을 때만 해도 밤하늘엔 별이 영롱했다. “무슨 눈이 와. 이렇게 별이 총총한데.” 얼마 남지 않은 배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얼까 봐 난방 상태를 점검하고 나온 아빠와 밤길을 걸었다. 빨간 캡 모자를 반쯤 돌려쓰고 두 손은 바지 주머니에 엉거주춤 꽂아 넣고 걷는 아빠의 모습. “아빠 누가 얼핏 보면 힙합 하는 가수인 줄 알겠어?” 아빠는 덩실덩실 걷는다. 그렇게 걸었던 길에도 눈이 쌓인다.


아이와 비석치기를 했던 마당에도 오랜만에 찾아가 새해 인사를 드렸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산소에도 남편과 둘이서 돌아다녔던 뒷산 잣밭에도 소복소복 눈이 쌓이고 있다. 우리 엄마가 아빠가 오빠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잠자고 있는 시골집 지붕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


축복의 눈이 내리고 있다.





#설날시골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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