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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Jun 11. 2024

나의 여름은 잘 지나갈까

횡설수설 나의 마음 이야기


지난여름을 기억한다. 이른 아침 아이의 등원길에 신호를 기다리며 사거리에 서있는데 잠깐 동안 종아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움을 느꼈다. 그 뒤로 지난여름 외출을 할 때는 무조건 장우산을 가지고 다니며 태양을 가리려 애썼다. 세상이 타들어가는데 우산으로 만든 그늘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내 모습이 참 거시기 하더라. 우산을 움직이며 그늘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니. 아이가 함께 있을 때는 그 피로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내 몸은 불타도 아이의 몸에 그늘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주려면 허리를 최대한 굽히던지 우산 끝이 머리를 스치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지금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우산을 함께 쓸라치면 쏜살같이 앞으로 가 땡볕에 서서 비도 오지 않는 낮에 우산을 쓰고 있는 엄마를 곁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엄마는 아이를 다시 당겨와 우산 아래 그늘을 만든다. 


지난여름을 기억한다. 오빠의 오랜 준비 끝에 글램핑장 사업을 오픈하면서 여러 가지로 함께 하게 된 나는 지난여름 그 더웠던 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땡볕에서 애쓰는 오빠를 생각하면 이 정도 더위야 시원하다 생각해야 했다. 남의 돈 버는 일이 쉬운가. 남들 놀 때 일해야 하는 자신을 한없이 다독이며 가야 하는 일인데. 그게 쉬운가.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글램핑장 1호 객실 앞에 불멍을 하며 모여 앉아 '오빠 진짜 애썼어' '아니야 네가 더 힘들었지' 서로의 술잔에 가득 술을 따랐던 때가 생각나 이번 여름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까짓 더위야 가을날 술 한잔에 사라질 것들. 여름 더위만큼이나 혹독한 시장 상황이 사막처럼 타들어가는 듯하다. 다들 잘 살고 있나. 지글지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도로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다들 안녕하게 잘 살고 있는지. 


나의 여름도 잘 지나가고 있나. 힘든 상황이야 언제든 일어나고 또 사라진다 치면 그 시기에 걸쳐 있는 지금 나의 여름은 이 과정을 잘 통과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게 된다. 뜨거운 여름 볕 아래서도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과정에서도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을 토닥이며 선풍기 앞에 눕힐 때에도 생뚱맞게도 '무슨 그림을 그리지' '좋은 글은 언제 쓰지' 생각한다. 뜨거운 여름의 냉수 한 사발 즈음되는 멋진 그림과 글 때문에 하루의 시름이 위로받고 노곤한 잠자리를 찾아 자리를 펴겠지. 장우산 속에서 태양을 피해 발을 꿈틀거릴 때에도 오늘 그릴 그림을 떠올리면 없던 구름도 매직처럼 나타나 그늘을 만든다. 계절이 흘러가는 게 두려운 게 아니야. 사람이 사라지는 게 두려운 거지. 애쓰며 살다 옆에 있는 사람 자라지는 게 계절 바뀌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까 봐 그게 겁나는 거지. 그런들 방법이 있쑤. 그냥 또 다음 계절이 오는 거지. 계절이 그냥 가지 않게 또 그냥 오지 않게 우린 생각이 이야기가 그리고 그런 상황에 다정한 마음이 필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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