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Jun 04. 2024

특별함 보다는 일상으로 녹아들길

어제도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얼마 전 춘천에 다녀왔다. 학과 교수님의 전시가 춘천 상상마당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 오픈 소식을 접했을 때는 가평에서 가까운 곳이니 언제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전시종료 하루를 남기고 어렵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이전 전시가 대구에서 열려 갈 수 없었는데 시골집에 내려가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거리에서 교수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니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전시종료 하루 전에 관람이라니... 바빠도 너무 바빴던 걸까. 늘 손이 필요한 일이 많은 우리집은 문화생활을 즐길 틈을 내주질 않았다. 아침나절 바쁘게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 시간에는 무조건 전시를 보러 가겠다는 마음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춘천 상상마당 건물은 미로찾기를 하듯 그렇게 공간이 설계된 것처럼 전시 주제와 너무도 잘 맞았다. '길을 찾은 순간 들리는'이란 전시 타이틀과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잘 맞으니 곳곳에서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이 '특별하다'는 생각보다는 공간에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그 의미가 크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춘천은 가평에 사는 나에게 서울만큼이나 큰 도시였다. 어쩌다 가게 되는 춘천은 늘 설레는 곳이었고 중학교 졸업 후 춘천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꿈꾸기도 했었다. 특별하기 때문에 낯설고 기대 이상의 거대함을 간직한 곳이었다. 그런 곳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평범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되었으니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이랄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 누군가에게 무엇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대상과 나의 거리를 매우 가깝게 느껴지도록 돕는다. 도전은 두려움과 친구여서 누구든 시작 앞에 늘 망설이게 되는 듯하다.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걱정하고 두려웠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몰라서 누리지 못했던 장소의 경험들. 이미 그러한 장소를 평범한 일상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를 보다 건물 테라스에 나와 보니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 해지는 풍경에 윤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예전에 그랬다고 지금도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 긴장이 풀리고 몸이 자유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우리는 그제야 주변의 것들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받아들이게 되는 듯하다. 그러는 중에 시도되는 새로운 도전은 즐겁고 신선한 경험으로 일상에 특별함을 선물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전 01화 #오늘의커피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