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살아갈 의지가…
네 명의 미대 졸업생들이 만났다. 우린 회사를 다니다가 또는 결혼해 주부로 살다가 미대 편입생으로 학부 생활을 마치고 회화과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험의 순간을 공유하고 또 공감할 수 있어서 처음 만나더라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샘솟았다.
각자 사는 환경과 여건이 다른 우리가 뭉치기 쉬운 장소는 역시 미술관이었고 최근 핫하게 진행중인 프랑스 20세기 전후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 전시를 함께 관람했다. 취향이 다른 우리 네 사람의 전시 후기는 뒷전이고 각자 현재 어떤 생활로 그림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졸업 전 가장 두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던 ‘함께 그리는 동료’가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했다. 최근 읽고 있은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에서 작가는 ‘우리에겐 의지가 필요합니다‘라며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을 인용한다. 의지는 영혼의 무게 즉, 사랑 때문에 생긴다고. 이러한 의지 때문에 편안함을 잃을 수도, 수입이 줄어들 수도, 단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은 시간을 다른 방식을 경험한다고 말이다.
미치게 더운 여름날씨가 심상치 않은데 우리가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며 뭔가 해내고 싶다 말하는 동갑 친구. 최근 이직한 회사 생활에 바쁜 동생은 출퇴근 시간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캐취해 드로잉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한 동생은 졸업 작품에 연결되는 시리즈물을 작업하고 원하는 드로잉을 꾸준히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그림을 계속할 수 있는지가 고민인 우리. 그 과정에서 그림 그리는 동료로 함께 응원하며 정기적인 단체전도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갈 때 우린 거장들의 모임 결성의 순간이라며 농담 반 기대 반 일렁거렸다. 자발적 행동의 시간들. 굳이 하게 되는 나를 키우는 시간. 각자의 삶이 녹아 있는 경험의 산물들.
난 이 과정을 어떤 방법으로 경험하고 기록하게 될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