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열열이 응원하는 사람들. 각자의 이유로 그림이 좋아 일상에 그림 그리는 시간을 기쁘게 할애하고 있는 사람들. 이곳에 모인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가 책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우린 서로에게 대단하고 또 영감의 대상임을 알고 있을까. 순간의 느낌이나 판단으로 이런 관계를 버거워하던 내가 오늘 큰 감동을 받고 또 그림을 지속해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작은 씨앗을 뿌리며 숲으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날이 올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나 우리는 아무래도 그런데 욕심이 있다기보다 매일의 소중함을 기록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엮고 있는 그야말로 소확행을 실천하는 데 그 의미를 두는 듯하다. 적어도 나를 빼고는 말이다.
매일 그림을 그리는 온라인 챌린지로 만나 오프라인 전시를 2년째 이어가고 있는 우리다. 그렇다 보니 전시 기회가 되는 공간이 생기면 하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전시를 릴레이로 이어가게 됐다. 맞다. 무료전시가 가능한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기도 했고 또 함께 해보자는 제의가 오기도 했던 거다. 우리의 전시를 보고 의미 있는 전시를 함께하자는 제의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이번해 마지막 전시는 구산동 도서관 마을에서 전시를 이어받아 청계천 옆 방산시장에 위치한 그래서 책방의 아담한 쇼룸에서 진행하게 됐다. 곳곳에서 사용 후 남은 종이들이 모여 새로운 쓸모로 탄생하는 이곳. 책방지기님의 진심이 담긴 책소개는 물론이거니와 부부가 운영하는 그래서 책방에는 작가와의 만남은 물론 종이를 이용한 북아트 클래스도 운영되고 있어 그러한 목적으로 방산시장의 미로처럼 생긴 길을 탐험하며 찾는 이들이 꽤 되는 듯하다. 우리의 전시에도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이 있었다며 말씀해 주셨다.
화려하고 거대한 화이트 큐브에 나의 그림이 주목도 있게 설치될 때의 쾌감은 사실 많은 경험은 없지만 나 스스로도 우쭐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에 견준다면 이번 전시는 부스전 진행 시 한 개 부스의 반정도도 되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그것을 찾는 관람자들 한 분 한 분을 정성스럽게 맞아 주시는 책방지기님들 덕분에 물리적 공간의 거만함은 공손하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배려하는 자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좋은 스승은 어디든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각자의 속도로 나름의 선형에 놓여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도 의미 없는 행사의 마지막도 맛봐야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다시 무언가 시작을 이야기할 때 그 히스토리는 양분이 되어 새로운 싹을 돋게 힘을 더한다. 힘들다고 찌그러져 현실을 부정하고 갖춰지지 않은 일상의 구멍들을 나의 부족함으로 자책하기 일쑤였다. 몸이 아프면 몸이 왜 이모양인지 스스로 돌보지 않아 이 꼴이 됐다며 이 몸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심드렁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이 들면 다 아픈 거라며 세월을 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며 태연한 척했던 내가 오만함으로 입만 나불댔구나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하루를 즐겁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나의 지금을 돌아보게 되니 오늘은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오롯이 나를 껴안아 줄 수 있게 된다. 그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마음에 물이 고여 축축하게 늘어지려 하는 나를 위해 한아름 예쁜 꽃을 준비했다. 나에게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의 이야기가 정말 값지다 말해주는 분들 덕분에 다음 전시도 함께 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의미있는것들을위해시간을내는여러분을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