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말 바꾸는 이유는?
말 바꾸는 사람은 거래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장은 자꾸 말을 바꾼다."는 직원들 사이에 만연한 불평이다.
직장 생활 중에 사장이 말 바꾸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 적이 있다.
첫 번째: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두 번째: 사장의 직업병인 만성 기억 상실증
세 번째: 사장의 비윤리적인 도덕적 결함
이시노 세이이치가 지은『소기업 사장학』이라는 책에서는 "아침에 내린 지시를 오후에 바꾸는 것이 사장의 임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사장은 무조건 말을 번복하고 또 번복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는 한동한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도덕”이나 “약속” 같은 개념과 “비즈니스”는 상당히 동떨어진 개념이라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니까 괜찮아.
언젠가 해외 파트너와 구매를 체결한 적이 있다. 사장은 계약서에 싸인까지 했음에도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고 계약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물건 구매를 못할 것 같으니 담당자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결국 업체에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당연히 거래처 담당자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 하지 마라."라는 모진 말도 들어야 했다. 나는 다시는 그들과 거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이 지난 후 그 파트너와 다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담당자로써 그 당시 일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그 업체 담당자는 "비즈니스니까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담당자로써는 사장이 이랬다 저랬다 할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비즈니스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참을 인을 새기기로 했다.
사장은 만성 기억상실증을 직업병으로 가진 사람이라고?
윤용인의 『사장의 본심』에서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난무하는 "사장이 말을 너무 자주 바꾼다"라고 하는 말의 진실은 사장의 건망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몇 달 전 A라는 직원에게 6개월 후 급여 인상을 약속했는데, 최근 B직원에게 1년 후 급여 인상을 약속하는 일이 생길 경우 A에게 약속한 6개월이 B의 1년으로 혼돈을 일으키고 그 혼돈을 확신해 버리는 경우라고 그는 설명한다.
사장은 항상 회사의 자금 상태와 회사 전반에 일어나는 내외부 요인에 항상 촉각을 곤두 세워야 한다. 사장은 늘 생각이 많으니 많이 생각하고 많이 잊어버리는 것이 직업병이라고 말한다. 물론, 한 번에 여러 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니 자주 잊어버리고 말을 번복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사장의 건망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사 면접 때 분명히 약속했던 처우를 부정해서 마음고생이 심한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해결책을 책에서 찾은 기억이 있다.
윤용인이 말하는 “사장 건망증”과 “악질적인 말 바꾸기”를 감별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한다.
근로계약, 입사 시 연봉 및 근무조건, 급여의 인상 약속 같은 중요한 약속은 당연히 계약서나 확인서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말 바꾸기를 작정했던 약속이라면 이러한 문서 요구에 화를 내고 거부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귀찮아하면서도 직원이 말하는 것을 들어줄 것이다.
이때 아주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사장이 무슨 말을 하던 전부 확인서를 써달라고 하는 것은 진상 직원이며, 앞으로 회사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닐지 말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조건이 되는 사장의 약속은 자신의 윗사람을 통해서라도 의사를 전달하여 반드시 증거물을 남겨 두는 게 좋다.
물론,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았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냐고 하면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