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연봉 협상 방법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회사에서 1년 반 남짓 다니다 퇴사한 S를 만났다.
왜 그만뒀어? 회사에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니?
아니요.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은 좋았어요. 월급만 빼면 나머지는 만족스러웠어요.
월급이 많지 않아서?
열심히 하면 올려 준다는 말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까지 도맡아 했어요. 1년이 지나고 연봉 협상 때 잔뜩 기대했는데, 오른 월급을 받고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회사에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상사를 찾아가서 하소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요.
승진하면 더 많이 올려 준다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얼마나 올랐길래?
OO 만큼 올랐어요
월급이 OO만큼 되니?
어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속으로)
딱 물가 인상률 정도 올려 줬네.
통계청에 "소비자 물가 지수"라는 게 있다. 전년도 대비 물가 상승률을 뜻 하며 해마다 대락 2~3% 수준을 오간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지표에 따라 연봉 인상률을 다룬다. 물가 상승률만큼 연봉이 오르는 것은 체감적으로 너무나 작게 느껴진다. 대기업도 실정은 마찬 가지였다. 대부분 연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과 비례했다. 다만,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성과급이라고 부르는 특별 급여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가 성과급을 연봉에 포함시킨다) 수출 경기가 되살아 나면서, 수출 주력 산업 대기업 근로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아서 연봉 상승이 높아졌다.
이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근로자가 연봉 협상을 통해 연봉을 높이기 아주 힘들다는 말이다. 연봉이 대폭 상승한 이유가 주로 승진했을 때나 성과급을 받았을 때였다
내가 슈퍼을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 나와는 달랐다.
이직해! 그게 제일 편해!
IT를 하는 P는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였다고 했다. 처음 한 곳에서 5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 세 번의 이직을 통해 그의 연봉이 높아졌다. SI 개발자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력관리를 잘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금 회사에 이직을 했는데, 이곳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는 거야!
그가 말하는 연봉 상승의 비결은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둔 순간, 마음이 조급해지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물론, 회사도 그걸 알고 있어서 자칫 휘둘릴 수 있다. 한 번은 출근 날짜까지 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연봉 협상을 다시 하자는 전화를 받은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 그 후, 기준을 세워두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원칙을 세워 두었다.
마음이 조급 하면 연봉 상승이 안된다는 거 명심해. 업계 사람 많이 알아 두고. 단, 삼십 대 중반이 되기 전에.
프린트용 잉크를 수입해오는 오퍼상(무역 대리점)을 운영하는 L은 원래 무역 사무원이었다. 햇병아리 시절엔 영어로만 업무를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영어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서 스페인어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그는 한때 업계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역인이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거래 선을 넓혀 가다가 새로운 아이템도 발굴했다. 지금 그는, 잘 나가는 아이템을 가진 사장님이다. 예전 근무하던 회사는 그의 파트너 회사 중 하나이다. 그가 말하는 연봉 상승의 비결은 희소성을 가진 콘텐츠를 찾는 것이다.
세무사 K가 말하는 연봉 상승의 비결은 영업이다.
"매스컴에 나오는 고소득은 업계에서 십수 년 지나 실력을 인정받고 회사를 차렸을 때나 가능해요. 아무리 전문직이라도 주는 대로 받는 월급쟁이와 같아요."
신참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일을 하게 되자 회사에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회사에서 물어다 주는 일을 하는 세무사와 일감을 물어 오는 세무사 두 가지였다. 그녀는 회사에서 물어나 주는 일감을 처리하며 주는 대로 월급만 받고 있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제 막 신참 딱지를 뗀 세무사에게 일을 맡길 의뢰인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업계는 성수기에는 밤을 셀 정도로 바쁘고, 비수기에는 인터넷 서핑을 할 정도로 한가했다. 그리고 꽤 많은 기업들이 세무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용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수기에는 못 받은 수수료를 받으러 다니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대표에게 달려가 생각을 말했다.
"체납된 사용료를 받아 오면, 받은 금액의 10프로를 인센티브로 주세요."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렴." 대표의 승인이 떨어졌다.
그날로 기업체에 매일 출근하며 미수금액을 받으러 다녔다. 한 회사에서는 직원들과 판매 교육까지 같이 받았다는 무용담을 늘여 놓았다. 그녀의 집요함 때문인지, 한 달이 지나자 수수료를 입금해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K의 연봉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B-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