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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dreamer Mar 14. 2023

사랑 필수재일까 소비재일까 ?

냉정과 열정사이

한 때는 사랑없는 삶은 죽은 거라 생각 했던 때가 있었다 .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 사람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하늘이 무너졌다 하는 삶이야 말로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는 거라고 말이다 .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서서히 취해가는 거였다 . 특히 나는 여름밤에 테라스에서 그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걸 정말 사랑했다 .


취한 내 앞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도 보듯 바라보는 그가 있다는 건 가장 안심되고 행복한 일이였다 .


하지만 종종 나는 그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곤 했다 .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 시간들은 내게 지옥이였으며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그와 마침내 연락이 닿았을땐 미친듯이 화를 냈다.


이젠 그런 나는 없다 . 난 더이상 다른 누구 때문에 웃을일도 울일도 불안해 할일도 없다 . 사랑을 하고 있지 않는 내 일상은 파도가 지나간 것  처럼 고요하고 평안하다 .


그런 열정을 다시 맛보려고 그 누군가를 허겁지겁 찾기는 더더욱 싫다 . 지금 나의 삶이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로와서 달콤하기까지 한 것같다 .


나는 너와 함께 하면서 너무 행복했지만 혼자되는 것이 두려워 오히려 혼자가 되는 것을 무수히 연습했었다.그렇게 너의 애정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며 의존적이였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너를 만나 점점 독립적으로 성장해갔다.


이제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고 이 편안한 일상이 감사하다 . 그리고 너와의 추억에 가끔 잠기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은 사랑으로 충만하다 .


사랑없이는 삶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이제 나에게 사랑은 필수재가 아니다 . 그저 내가 원하는 순간에 집어들어 소진해 버리는 소비재일 뿐이다 .

너에게 그랬듯이 .. 이 순간이 되기까지 열심히 사랑한 나를 칭찬하면서 언젠간 다시 사랑없인 살 수 없어라고 열정에 휩싸이게 될 나를 기대해 본다 . 지금은 이 호수 같은 냉정을 맘껏 즐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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