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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dreamer Oct 04. 2023

연하(남)일기 9

너의 이야기

술취한 너에게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 날 보러 오구 싶다구 .

12시가 넘은 시간이였지만 나도 그애가 보고 싶었기에 그앨 보러 집 앞으로 나갔다 . 거리는 한산하고 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기 시작해서 우린 갈 곳이 없었다 . 그러다 그냥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

이미 취한 상태로 날 보러온 넌 나에게 너의 가정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너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고등학교 때 넌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 와서 누나와 둘이 살고 있다고 .,

어쨋든 그 이후부터 넌 아마 서울에서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고 있었던 거겠지 ..

그저 운좋게 좋은 부모님 만나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살아온 나와는 너무 다른 너의 이야기는 나에게 불현 너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 하지만 이렇게 다른 우리가 현실의 벽을 넘어 사랑 할 수 있을까 ? 나두 그저 이 관계를 가볍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


이제껏 받는 연애를 하느라 모성애를 느끼거나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난 처음 그애 얘기를 듣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그저 그런 얘기로 우린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맥주 두캔을 마신 후 손을 잡고 걸었다 .


아마도 난 나와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너에게 끌린 것일 수도 있다.  너에게 풍겨 나오는 약간의 거친 매력들 ..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세상 경험이 더 많았을 너에게 나는 끌렸을 지도 .


우리는 가까워 지고 있지만 우리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정의도 내리지 않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카톡을 나누지만 왠지 너에게는 어떤 방어막이 있는 듯 했다 .

너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저 직구를 날려 물어 보고 싶지만 이 썸이라는 단계에서 다 망쳐 버리고 싶지 않아 유투브에서 날 좋아하는 걸까 같은 바보같은 내용들을  찾아 보며 그의 마음을 짐작해야 했다 .

내가 나이가 많아 고백해 사귀게 되면 결혼이라도  해야 할것 같아 두려운 걸까 ??  하루는 가까워 진듯하고 하루는 다시 멀어 진듯 하다면 그애의 마음이 그 정도 뿐이지 않을까?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 애역시 너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나와의 본격적인 연애엔 관심이 없는거 아닐까 ? 여전히 많은 여자를 만나며 한참 놀구 싶은 나이 일 테니까.  

그애가 가끔씩 던지는 내 심장폭행 멘트들은 진심일까 ?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그 애도 느끼고 있진 않을까 ..


하루 종일 애정표현 한마디 없는 일일보고서 같은 그의 카톡에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그리고 또 생각이 많아지는 나를 발견하며 내가 먼저 사랑에 뻐자지 않아야지 생각한다.  솔직함을 다짐했던 나의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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